[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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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혜진
배우: 정려원, 이정은, 김정민, 장진희,
장르: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8분
개봉: 10월 29일
간단평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폭설이 휘몰아치던 새벽, 피투성이가 된 여자 ‘은서’(김정민)를 싣고 나타난 ‘도경’(정려원). 그녀는 은서를 언니라 부르며 절규하듯 도움을 요청한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경찰 ‘현주’(이정은)는 도경의 혼란스러운 태도에 의문을 품고 조사에 착수한다. 그 과정에서 도경이 조현병 치료를 받는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 남자가 죽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된 여자는 세 명이다. 자신을 작가라 소개하는 도경, 도경이 언니라 주장하는 은서, 그리고 실제 도경의 언니인 ‘미경’(장진희)이다. 한밤중 벌어진 살인 사건을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진실의 화살표 또한 회전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2부작 단막극으로 기획됐다가 영화로 컨버전한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서사의 밀도가 돋보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기억의 파편을 재구성하며 서사를 끌고 가는 구성은, 단서를 쫓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점층적으로 몰입을 쌓아 올린다. 진실 게임을 하는 도경과 은서, 그리고 이를 면밀하게 지켜보는 현주다. 영화는 현주에게 과거부터 이어진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깊은 트라우마를 부여하여, 그녀를 단순히 관찰자가 아닌 두 여성 서사 속에 개입시킨다. 이 영화는 신선함 자체보다 추리·스릴러의 익숙한 장르적 문법을 정교하게 다듬어내는 데 집중한다. 반전을 위한 반전, 자극을 위한 자극을 피하고, 이야기의 구조와 감정의 흐름을 견고하게 설계했다. 중반 이후 사건의 윤곽이 상당히 드러난 상태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게 되는 이유다.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드라마 <마이 유스> 등을 공동연출한 고혜진 감독의 첫 장편으로,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집중적으로 변주해 긴장감을 끌어올린 연출력이 돋보인다. 도경 역의 정려원, 은서 역의 김정민, 현주 역의 이정은까지 배우의 연기 앙상블도 돋보인다. 절제된 연기로 장르 영화 속에 스며든 여성 연대의 농도를 한층 짙게 한다.
2025년 10월 30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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