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재심에서도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고 개봉이 다시금 좌초됐다. 영상물 등급 위원회는 “<죽어도 좋아> 하나로 지금까지의 원칙이 무너질 수 없다”라고 밝히면서 “오럴 섹스 및 성기 노출은 절대 안된다”는 철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5명의 영상물 등급 위원 중 10명이 제한 상영가 등급을 매긴 이번 판정으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내렸던 5명의 위원중 3명이 사표를 쓰기해 <죽어도 좋아>에 대한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심 결과에 대한 영화계의 반응은 ’아쉬움’ 일색이다. 지난 7월 23일 영화 <죽어도 좋아>에 대해 제한 상영가 판정이 내려진 직후, '영화인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문화개혁시민연대'가 18세 관람가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젊은 영화 비평 집단', 젊은 영화 감독 집단인 '디렉터스컷'이 '제한상영가' 등급 철회 촉구를 바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18세 이상 등급을 기대했던 이들은 영상물 심의 위원회의 보수 성향을 한탄하기도 했다.
영화를 연출한 박진표 감독과 제작사 메이필름 측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듯,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하루빨리 일반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죽어도 좋아> 하나만으로 부당한 원칙들을 한 순간에 뒤집을 수 없지만 이런 작지만 소중한 목소리들이 하나 둘씩 모일 때 비로소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죽어도 좋아>가 편협 된 사고가 아닌 넓은 시각으로 영화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데서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해, 굳은 의지를 표출했다.
한편 <죽어도 좋아>의 등급 심의는 적어도 3개월 이후에나 다시 진행될 수 있어 과연 영화의 개봉 여부를 두고 각계 문화인들의 반응이 어떻게 쏟아 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