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보다 거대함이 올 여름을 덮쳐온다.' 메인 카피를 보고 있노라면 거미판 <고질라>라도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덩치를 비교하자면 <고질라>의 그것과도 비슷할 수 있겠다. 거대한 변종거미의 등장...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거대 도마뱀(?)이 등장했던 <고질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릭스>의 거미들은 고질라 보다 훨씬 귀엽다(?)는 점이다.
산업 폐기물이 우연히 작은 마을의 연못에 투기 되고 갑자기 늘어난 메뚜기들을 양식으로 거미들이 엄청난 크기로 자라난다. 그 크기는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그것과 비슷하거나 더 클 정도로 엄청나다. 그런 거미들이 '고양이'나 '타조' 따위로 배를 채우지 못하게(사실, 거미들이 고양이와 타조를 공격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에 하나다) 되자 마을 까지 내려와 이번엔 사람들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거미들은 각개전투를 벌이기 전에 떼로 몰려 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 공격 패턴 또한 웃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끼기기~", "찌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거미들은 비록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 나가지만 전혀 끔찍하다거나 무섭다는 등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간 <스크림> 시리즈에서 열혈 경찰관 '듀이'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데이비드 아퀘트'는 영화의 중심에서 코믹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랑을 고백하지 못해 쩔쩔 매던 수줍음 덩어리가 마을을 구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자연스러움과 오버 액션의 절묘한 조합이 딱 데이비드 아퀘트를 위한 배역 같다.
이 영화는 국내에 소개된 것 같이 끔찍하고 덩치만 큰 거미 공포영화가 아니다. 미국 현지의 오리지날 포스터에서 드러나는 촌스러움과 유치함이 적절히 재미있게 배치된 코믹 호러 영화다. 마치 80년대 유행했던 B급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유쾌함이 가득한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추억을 되씹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비록 스타는 등장하지 않지만,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이 유추되지만, 때문에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는 올 여름을 마감하는 최고의 오락영화다.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될 장면. 혹은 명대사. 거대한 거미들이 마을을 공격하자 사람들이 과연 저 생명체가 무엇인가를 두고 말싸움을 한다. "That's Alien!" 이라고 일부 사람들이 떠들어 대자 약간 얼빠진 듯한 사람이 등장해 한마디 한다. "Just Spider,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