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밤공기가 차가워 지는 걸로 봐선 역시 가을이 오긴 오나 봐. 얼마 전까지 비 피해로 전국이 들썩거렸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까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시간 참 잘 흐른다 싶은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우울해 지더군. 난 나이 먹는 거 되게 싫어 해서... 난 영원한 청춘으로 남고 싶어. 아... 이런 내 울적한 기분이 어울리는 비디오를 한편 보려고 며칠 전에 비디오 샵에 들렀는데,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워크 투 리멤버>가 비디오로 나왔더라구. 그래서 빌려봤지.
툭 까놓고 얘길 하자면, 이 영화는 근래에 보기 힘든 전통 멜로 영화야. 생각보다 되게 슬프더라구. 이제는 질릴법도 한 백혈병이 나오고, 날날이 남자와 모범생 여자가 사랑을 한다는 설정 또한 식상할 법 한데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가슴이 쨘~ 했어. 맨디 무어랑 쉐인 웨스트 라는 신인(?) 배우들의 연기도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구. 음악이랑 분위기 자체가 일단 점수를 따고 들어가니까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겠더라.
일단, 미국에서도 돈도 꽤 많이 벌어 들였기 땜에 어느 정도 재미가 보증 되는 작품으로 생각해도 되고, 또 가을에 분위기 타는 사람들도 이런 영화보면 그 향취에 흠뻑 취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데이트 할 때 딱히 할 일이 없다 싶으면 이런 영화 비디오로 빌려서 둘이 같이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영화를 안보고 음악만 들어도 분위기가 폴폴 살아나는 영화니까... 영화에 집중 못해도 상관 없다 이 말씀이야.. 하하하
조금 아쉬운 건 말이지. 너무 내용이 뒤에까지 다 나와버려서 여운이 좀 없다는 거야. 그런거 있쟎아... 동화책을 읽으면, 문제가 해결되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렇게 끝나쟎아. 뒤에 일을 대충 상상하게 만들면서 마무리 짓는 게 좋은데(이건 뭐 개인적인 거니까 아니라고 반박해도 할말은 없어) <워크 투 리멤버>의 경우 둘이서 어떻게 어떻게 되었다 하는 게 끝까지 다 나와버려. 그러니 좀 김이 샌다는 말이지.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 지면서 보여지는 데이트 장면은 정말 감미롭기 그지 없어. 왜 미국 영화들은 그런 게 있쟎아. 가까워 지면 금방 침대로 골인하고 광분하는 키스와 헉헉거림으로 가득한 거. 근데 <워크 투 리멤버>는 딱 소녀적인 취향으로 그런 과격(?)한 러브신은 없다는 거지. 참 조심스럽고 서로를 보듬으면서 깨끗하고 예쁜 사랑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예쁜 영화라 할 수 있지.
아! 잊어 뻔 했다. 예전에 <스플래쉬>라는 작품에서 아름다운 인어 아가씨로 등장했던 케네디의 전 연인 '다릴 한나'가 남자 주인공의 엄마로 나오는데, 참 그 느낌이 새롭단 말이야. 여전히 아름답고... 이제 영화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물러섰지만,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랜만에 만나니까 되게 반갑고 좋은 느낌이 들더라구. 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생각하니까 마치 내가 추억을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