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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넘어 괴로운 (오락성 7 작품성 8)
레드 룸스 |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파스칼 플란테
배우: 줄리엣 가리에피, 로리 바빈, 맥스웰 맥케이브-로코스
장르: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8분
개봉: 10월 9일

간단평
10대 소녀 3명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생중계한 혐의로 재판 받는 ‘슈발리에’(맥스웰 맥케이브-로코스). 심증만 있을 뿐, 물증 없는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슈발리에를 추종하는 이들과 희생자 가족이 대립한다. 한편, 존재하지 않는 줄만 알았던 마지막 희생자 영상이 다크웹에 등장한다.

스너프 필름 유통 행위로 피고인 석에 선 슈발리에의 재판을 빠지지 않고 방청하는 두 여성이 있다. 모델이자 해커인 ‘켈리앤’(줄리엣 가리에피)과 슈발리에의 지지자인 ‘클레망틴’(로리 바빈)이다. 소녀들을 납치하여 고문과 살인, 시체 해체를 자행한 인물은 복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슈발리에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 클레망틴은 슈발리에의 슬픈 눈은 절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그의 무죄를 확신한다. 슈발리에를 순교자인양 숭배하는 클레망틴은 망상이든 뭐든 투명한 언행을 보이는 반면, 수수께끼는 ‘켈리앤’이다. 그녀는 왜 슈발리에에 집착하는가.

‘레드룸’은 접속자나 서버를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죄의 온상이 된 다크웹의 괴담 중 하나로, 고문 살인 강간 등 끔찍한 범죄가 실시간 중계된다는 가상의 온라인 공간이다. 이 괴담을 끌고 온 파스칼 플란테 감독은, 레드룸을 실존화 시킨다. 경악할 범죄의 공급자와 수요자, 고강도의 범죄에도 점차 무감해지는 대중과 무감각을 넘어 왜곡된 믿음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일부의 인간이 공존하는 현실을 불편함을 넘어 괴로울 정도로 담아냈다. 연쇄살인범의 재판을 주요 테마로 한 이 영화는 가해자에게는 그 어떤 발언권도, 그 어느 관심과 시선도 주지 않는 엄정함이 차별화된 특징. 미스터리한 한 여성 ‘켈리앤’을 앞세워, 오롯하게 그녀의 동선을 따라가며 전개해 나간다. 전사도 대사도 거의 없어서 켈리앤의 생각과 감정은 보여지는 행태만으로 유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물음표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은 <레드 룸스>의 시작에 앞서 살인범에게 매혹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했고, 켈리앤의 행동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 흉악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적 도착증, 범죄 애호증)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캐릭터를 온전히 납득할 수도 없다 해도, 그 의도는 충분히 다가오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민감하고 피하고 싶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직접적인 묘사나 충격적인 비주얼 없이 실험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겠다. 특히 사운드의 활용이 뛰어난데, 대사보다 더 힘있게 극을 주도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7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장편영화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했다.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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