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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에로틱 드라마의 거장, 실력 발휘하다
언페이스풀 | 2002년 8월 22일 목요일 | 스튜어타 이메일

메르세데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자상하고 따뜻한 성격의 남편(리차드 기어), 똘망똘망한 아들내미, 양지바른 뉴욕 교외의 근사한 저택.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결혼 11년차 주부 코니 섬너(다이안 레인)의 삶은 행복한 여성의 전형처럼 보인다. 여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남편한테 맞고 살거나 하는 등등의 온갖 억울한 일을 당하는 우리나라 여성의 입장으로 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뭔가 문제가 하나쯤은 있겠지.. 라는 의구심어린 눈초리로 부부의 침실을 들여다 보아도 어림없다. 더할 수 없이 로맨틱한 남편과의 잠자리까지, 일백 퍼센트 행복 그 자체다. 그런데 아무것도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 이 아줌마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어느 날 뉴욕에 나갔다가 일상을 뒤흔드는, 그야말로 폭풍우 같이 몰아치는 바람이 단단하게 나고 만다.(실제로 뉴욕 거리에 소용돌이 같은 격심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상대는 젊고 매력적인 프랑스인 중고 서적상 폴 마텔(올리비에 마르티네즈). 간통과 복수에 관한 뜨거운 영화 <언페이스풀>은 이렇게 시작한다.

애드리안 라인 감독은 한우물을 파는 사람이다. 흔한 말로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하물며 그는 필자가 코찔찔이 초등학생이었던 1980년대부터 <플래시댄스>를 시작으로 <나인 하프 위크> , <위험한 정사> , <은밀한 유혹> , <로리타>에 이르는 일련의 영화에서 미키 루크, 킴 베이싱어, 데미 무어 등 당대 섹시 스타의 성적인 매력을 보일듯 말듯 효율적으로 전시함으로써 평화로운 일상 뒤켠에 감춰진 무의식의 욕망을 까발리는 영화적 역량을 과시하여 왔다. 그런 의미에서 에로틱 드라마 분야의 진정한 작가라는 칭호는 그에게 마땅한 것이다.

과작을 하는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5년만에 내놓은 신작 <언페이스풀>은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 La Femme Infidele(부정한 여인) >을 느슨하게 리메이크하였다. 영화는 마치 싸인을 한 듯한 애드리안 라인표의 짜릿하고 에로틱하며 감각적인 장면들이 뜨겁게 휘몰아치며 전진하는 전반부와, 반드시 파국을 맞게 되어 있는 불륜의 속성이 코니 섬너와 에드워드 섬너 부부 사이의 심리적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후반부의 스릴러로 양분된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 맛이 간 듯 멍청하며 무언가에 홀린 얼굴로 뉴욕 뒷골목과 기차역을 헤매는 다이안 레인의 세월이 느껴지는 원숙한 연기는 12살 때부터 연기를 해왔던 이 여배우가 비로소 적역을 만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나인 하프 위크>에서 킴 베이싱어가 얼음으로 배꼽부분을 애무당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불륜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첫 정사장면에서 폴 마텔의 손이 닿은 코니 섬너의 배꼽 아래 부분의 살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다이안 레인이 실제로 부들부들 온 몸을 떨고 있는 것이다. 육체적인 흥분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 못해 돌아버릴 것 같은 순간이며 동시에 영화 <언페이스풀>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의 다이제스트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또한, <지붕위의 기병>에서 줄리엣 비노쉬를 향한 일편단심을 연기했던 프랑스 배우 올리비에 마르티네즈와 <아메리칸 지골로> , <브레드레스>등의 영화를 통해 얻었던 섹스 심볼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는 세심한 남편을 연기한 리차드 기어 모두 호연을 펼친다.

애드리안 라인 감독은 ‘너무 깔끔하거나 예측가능해서 관객의 입을 다물게 하는 영화는 질색’이라며 좀 더 단순한 결말로 재촬영하라는 20세기 폭스 간부의 명령에도 타협하지 않고 나름대로 열려있는 모호한 결말을 준비했다. 그러나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솜씨와 다이안 레인의 리얼한 연기로 인해 일순 긴장했다가 흥분된 몸을 바삐 일으키는 관객들을 보면 욕망, 간통 그리고 복수라는 명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아야 하는 논쟁이 시작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것이 <언페이스풀>의 한계이다. 그렇지만 어떠하랴. 다른 영화 몇 편을 모아 합쳐도 충족되지 못할 관음증적인 엿보기의 쾌락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판타지를 생성하는 영화로서의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해 내느라 그런 것을. 라인 감독의 다음 영화가 또 어떠한 흥분을 선사할지 자못 기대될 따름이다.

2 )
ejin4rang
한번 보세요   
2008-10-16 15:51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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