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미야케 쇼
배우: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츠이시 켄, 시부카와 키요히코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19분
개봉: 9월 18일
간단평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한 달에 한 번은 짜증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 한 층 악화된 증상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도망치듯 그만둔 그녀는 아동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로 이직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 차츰 적응해 가던 중 직장 내 자발적인 아웃사이더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에게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크게 분노를 터뜨리게 되는데…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암흑의 새벽이 지나가면 광명이 찾아오는 건 순리, 다시 말해 절망의 시간 끝은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격언이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9)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을 통해 일본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미야케 쇼의 신작 <새벽의 모든>은 이 격언이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다. 원인도 해법도 알 수 없는 고통과 이어지는 절망의 끝에서, 겨우 손에 잡은 어슴푸레한 빛을 향해 나아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통과 중인 사람이라면, 혹은 통과했던 사람이라면 조용하지만, 격렬한 요동을 경험하지 않을까!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주인공인 농인 복서 ‘케이코’(키시이 유키노)가 우직하게 자기만의 길을 홀로 걸었다면, 이번 <새벽의 모든>의 두 주인공은 손을 맞잡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 남녀가 어떤 규정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은 아니다.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사이의 적당한 간격 유지와 한 발짝 떨어져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이야말로 이 영화가 힐링과 연대를 대놓고 호소하는 여타 콘텐츠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라 하겠다. 감독은 캐릭터 간의 거리감만큼이나 스크린과 객석 간의 거리감도 섣불리 좁히려 시도하지 않는다. 119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감정이 빌드업된 만큼만, 굳이 명명한다면 동료애와 동지애로 교감한 두 인물을 마주하게 한다. 그 결과 극 중 서로를 향해 보내는 무언의 응원과 자기 긍정, 사회적 시선이나 속도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속도와 룰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감화하게 한다. 어두운 극장을 나서는 길이 마치 새벽 끝자락에 막 솟아오르는 해를 마주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과 마찬가지로 16mm 필름과 자연광을 활용한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영상이 따사롭기 그지없다. 후반부 이동용 플라네타륨 안에서 별자리를 관찰하는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라 하겠다. 편안한 읽기와 희망적 메시지로 정평 난 세오 마이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2024) 개막작이다.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