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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편견을 타파하는 (오락성 6 작품성 7)
정순 | 2024년 4월 17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감독: 정지혜
배우: 김금순, 윤금선아, 조현우, 김최용준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4분
개봉: 4월 17일

간단평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딸을 키우던 중 식품 공장에 다니며 무료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던 ‘정순’(김금순)은 새롭게 공장에 들어온 외지인 ‘영수’(조현우)에게 설렘을 느낀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데이트를 하던 중 둘만의 은밀한 영상을 찍었던 것이 문제가 된다. 영상이 공장 직원들 사이에 유포가 된 것. ‘정순’의 일상은 무너지고 딸 ‘유진’(윤금선아)은 결혼 준비도 미룬 채 ‘정순’을 대신해 발 벗고 나선다.

공장 노동자인 중년 여성을 단독으로 조명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로서 그들을 다루는 이야기는 더더욱 드물다. 단편 <매혈기>, <버티고>로 이름을 알린 정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주목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순>은 ‘정순’과 ‘유진’ 모녀를 아주 현실적으로 직조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두 모녀나 주변 인물들이나 주위를 둘러보면 하나쯤 있을 법한 캐릭터다. 달콤한 연애 감정에 빠졌던 ‘정순’이 피해자로 전락해 순식간에 무너지는 과정도 상당히 설득력 있다. 범죄와 피해자를 묘사하는 방식도 신중하다. 범죄를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도 않고, 피해자를 극단적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정순’이 고난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중년이라 해서 이러한 범죄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경각심을 일으킨다. 캐릭터부터 스토리까지 전반적으로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하지만 신중한 거리감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모녀의 감정에 깊게 몰입하는 걸 막고, 방관하는 듯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없으니 끝에 가선 맥이 빠져버린다. 김금순, 윤금선아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이를 어느 정도 만회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로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부산독립영화제 최우수 연기상 등을 수상했으며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4월 17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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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은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거란 편견을 타파하는 작품, 우리 주변을 살펴보게 만드는
-여성이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심적으로 힘든 건 피할 수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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