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른들에게 동심을 찾아 주는 영화 같다. 언젠가 <기쿠지로의 여름>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같은 고전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마음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A. 먼저, 이 영화를 통해 어린과 아이 모두에게 방학을 찾아주고 싶었다. 기쿠지로가 겪지 못한 방학 그리고 마사오에게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방학을 경험케 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내가 주로 만들어 왔던 죽음, 삶, 폭력 등을 배제하고 아이와 어른이 나오는 영화를 찍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원래는 처음부터 엄마를 함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찍다 보니 엄마는 나중에 만나게 되었다.
Q. 제목이 <기쿠지로의 여름>인 까닭은? 마사오의 여름이 아니라...
A. <소나티네> 외에 미리 제목을 정하고 찍은 작품은 없다. 나는 항상 영화가 끝난 뒤 모두 모여 회의로 제목을 결정한다. 이번 영화는 마지막 대사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함도 있고, 내 아버지 이름이 기쿠지로였기 때문에 제목을 지금처럼 정하게 되었다.
Q. 마사오는 어떻게 캐스팅 했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놀랐다.
A. 30명의 후보들 가운데, 가장 일본적이며 시골분위기가 나는 그러나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는 아이로 뽑다 보니 지금의 마사오가 나왔다. 처음에 그 아이는 나를 두려워 했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가까워 지게 되었다. 마치 영화처럼. 그래서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Q. 혹시 이것만큼은 꼭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나?
A. 실패한 것은 음악 밖에 없다. 기타,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손가락이 짧아서 잘 안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래를 했는데 그것도 실패했다.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한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Q. 혹시 로맨스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는가?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A. 바로 전에 만들었던 <인형>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번에 베니스에 갔다. 일본 고전 인형극인 분라쿠를 본떠서 그렸다. 진짜 인형이 아니라 사람들을 인형처럼 만들어서 찍었다.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지금까지 내 영화와는 달리 사랑과 감동, 눈물이 있는 영화이다.
Q. 마지막으로 혹시 월드컵 경기를 본 적이 있는가?
A. 아시아가 제대로 세계에 잘 인지되는 기회가 되었고 무엇보다 한국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팀은 예선 통과 한 것만으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평소에는 세계평화 부르짖으면서 월드컵만 열리면 왜 사람들은 국가주의에 빠지는지 모르겠다. 월드컵 기간 중 한국 사람의 응원이 너무 뜨거워서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웠다. 나와의 술 약속을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 친구가 월드컵 기간 중에 술 마시자고 전화를 하니까 한국 사람 무서워서 못나가겠다고 거절을 했다. 그와 친구가 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