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옥스포드 대학 동문인 ‘휴 레가트’(조지 맥케이)와 ‘파울 폰 하트만’(야니스 니에브외너)은 졸업 후 각각 독일과 영국의 외교관이 된다. 이 시기 히틀러는 체코를 공격하기 위해 체코 수데테란트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이에 반기를 들며 유럽엔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영국 총리 ‘체임벌린’(제레미 아이언스)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프랑스의 달라디에와 함께 히틀러의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4자 회담을 제안하고, 총리를 따라 독일로 건너간 ‘휴’는 우연히 ‘파울’과 재회하게 된다.
지난 1월 21일(금) 공개된 넷플릭스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는 1938년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기 직전, 전쟁을 막기 위한 영국의 분투를 그린 정치 첩보 스릴러다. 2월 2일(현지시각) 넷플릭스 시청률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전 세계 인기 영화 4위에 오른 이번 작품의 사소하지만 알찬 정보를 담고 있는 트리비아를 공유한다.
‘폼페이’, ‘아크엔젤’, ‘고스트 라이터’ 등을 쓴 유명한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1992년 데뷔 소설 ‘당신들의 조국’이 영화의 원작으로, 전 세계 25개 언어로 번역되고 2천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히틀러와 나치가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했을 경우를 가정한 대체역사소설인 ‘당신들의 조국’은 1941년 시점의 중요 나치 관료들을 등장시키고, 베를린 도시계획 ‘게르마니아’를 생생하게 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대체역사물이란 ‘만약 역사가 기존 사실과는 다르게 전개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픽션 장르다. 북미와 유럽에선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물이 특히나 많은 편인데 영화 중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타드: 거친 녀석들>(2009)이 대표적이다.
‘휴’를 연기한 배우 조지 맥케이는 군인 전문 배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디파이언스>(2008), <프라이빗 피스풀>(2012), <선샤인 온 리스>(2013), <하우 아이 리브 : 내가 사는 이유>(2013) 등 꽤 많은 전쟁영화에 출연했다. <웨어 유어 핸즈 터치>(2018)에선 독일 나치 청년당원 ‘루츠’를 연기했으며 같은 해 <1917>(2018)에서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영국군 부사관 ‘스코필드’로 분하며 시대와 국적, 지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쟁에서 활약해왔다. 또한 이번 작품에선 2차세계대전 중 활동하는 외교관 역할을 맡은 만큼 실제로 독일어를 배웠다고. 조지 맥케이는 진중한 분위기와 순박한 외모로 국내에서도 소소하게 인기를 모았는데, 스스로를 ‘Old man’이라고 여러 번 자칭한 만큼 SNS도 하지 않고 인터넷 소통도 거의 없으며 대신 고전 카드 게임을 즐긴다고 밝힌 바 있다.
‘휴’의 캐릭터는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가 알 루이즈에게서 영감 받았다고 알려졌다. 극중 팍팍한 전시 상황에서도 아내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휴’이지만 모티프가 된 알 루이즈는 사실 동성애자였다고. 옥스포드에 있을 당시 ‘파울’의 모티프가 된 독일의 변호사이자 외교관 아담 폰 트로트 주 솔츠를 향한 플라토닉적인 사랑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한편, 아담 폰 트로트 솔츠는 나치즘 저항 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인물이었으며 1944년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의 히틀러 암살 음모에 가담했으나 실패하고 결국 처형됐다.
극중 ‘헬렌’(잔드라 휠러)이 ‘파울’에게 보여주는 문서는 히틀러가 ‘레벤스라움’ 창설을 위해 장군들에게 내린 비밀 법령인 ‘호스바흐 의정서’다. 히틀러의 부관인 프리드리히 호스바흐 대령의 이름을 딴 ‘호스바흐 의정서’는 이후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시 동유럽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세운 계획인 ‘게네랄플란 오스트’로 발전했다. ‘게네랄플란 오스트’는 유럽에서 어떤 민족을 얼마나 제거하거나 추방할지 그리고 남은 영토의 얼마 정도를 독일화할지 구체적인 수치를 담고 있다. 해당 계획이 진행된 이후 기아와 강제 노동을 통해 인구가 몰살되고, 그들의 영토에는 독일계 민족이 식민지를 이뤘다.
‘파울’은 병적일 정도로 주변 정세를 면밀하게 살피는데 이는 당시 비밀국가경찰(게슈타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게슈타포는 어디에나 있다”는 하인리히 뮐러의 말처럼, 그들은 사복을 입고 도시 곳곳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나치에 반하는 인물들을 색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인리히 뮐러는 게슈타포의 3대 국장으로 히틀러의 핵심 측근들 중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게슈타포 뮐러’라고도 불리며 게슈타포와 아인자츠그루펜 부대를 이용해 140만 명이 넘는 인간을 학살하며 악명을 떨쳤다.
사진_넷플릭스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