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영화왕국 인도에서 돌풍을 일으킨 태풍의 핵 [춤추는 무뚜]가 국내 영화객들을 찾았다. 해마다 800여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 자국 영화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쏟는 영화 팬들의 성원으로 할리우드에 맞설 수 있는 거대한 영화시장으로 평가받는 인도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 넘는다. 다양한 상상의 세계와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영화들이 공존하는 타 국가의 영화들과 달리 인도의 영화시장은 거대한 규모에 비해 대체적으로 비슷한 느낌과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들을 양산해 낸다. 탈출구와 휴식의 장으로서 영화를 선택하는 인도인들에게 영화는 그야말로 오락을 가장 그럴듯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에, 다수의 영화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고단함을 덜어낼 기분좋은 자극을 제공하려는 의도하에 만들어진다. 지나치게 대중의 입맛에 맞추려는 의도는 다수의 저질영화들을 쏟아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인도의 대중들과 평론가들, 더 나아가 전세계의 주목을 이끌어낸 영화가 바로 [춤추는 무뚜]이다.
분명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듯 보이지만, [춤추는 무뚜]에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생기발랄한 노래와 춤이다. 온갖 화려한 장신구와 아찔한 동작, 섬세함과 강인함의 동선을 강하게 살린 안무는 관객들을 아찔한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여느 뮤지컬 영화처럼 [춤추는 무뚜]에서도 쉴 새없이 등장하는 노래들은 영화의 내러티브 역할을 담당하며,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한없이 단순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은 이야기의 부재라기 보다, 흥겨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영화의 흐름을 읽게 만드는 훌륭한 요소로 작용하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무엇보다도 인도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을 현혹하는 것은 아름다운 인도여인들의 화려한 의상과 노래이다. 가감없이 드러내는 의상과 화려한 장신구가 유행하면서 어느덧 국내 여성들의 곁에도 친숙하게 다가온 인도 문화의 매혹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동양 여성들의 신비하고 풍만한 곡선을 드러낸 인도 여성들의 군무 장면은 서양 뮤지컬 영화의 퍼포먼스와는 구분되는 묘한 매력을 전달하며, 화사하고 신비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여인의 관능적 매력을 성적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리듬으로 살려내는 재주는 이 영화를 더욱 유쾌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또한 할리우드 뮤지컬 또는 MTV의 성룡 버전으로의 변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춤과 노래는 현기증을 일으킬만한 아찔함을 선사한다.
[춤추는 무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온갖 난무하는 패러디 장면들. 007의 오프닝을 의식해 무뚜 역을 연기한 라지니 칸트라는 배우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일환으로 '슈퍼스타 라지니'라는 타이틀 로고를 영화 시작에 내세운 것은 기막힌 제스츄어로 재기발랄함을 느끼게 한다. 라지니 칸트의 신화화 또는 무뚜의 영웅화를 시각화하기 위해 시종일관 등장하는 엉뚱한 장면들은 박장대소할 폭소를 유발하며 싸구려 오락의 쾌감을 맛보게 한다. 이소룡과 타잔, 벤허로 변신하는 무뚜의 활약은 어이가 없을 정도의 맹랑함으로 가득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진지하게 활약하는 행동에서 더욱 정제된 유머가 배어있다. 특히 '벤허'의 마차씬의 패러디는 스펙터클과 조악함 사이를 오가며, 맹랑한 웃음을 던진다.
화려한 춤과 음악의 향연, 하위 문화에 대한 애정 가득한 [춤추는 무뚜]에서 주제나 구성을 짚어보는 것은 다소 무리인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춤추는 무뚜]는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시키는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카스트 제도에 대한 비판은 거의 무뎌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힘세고 선량한 무뚜의 행동을 보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대리만족과 좌충우돌 상황의 스펙터클, 뮤지컬의 매혹적 요소는 분명 인도인들에게 기존의 영화보다 더욱 진보된 오락적 감동을 선사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제 인도를 넘어, '무뚜 신드롬'을 일으킨 일본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춤추는 무뚜]가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