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일본 봇짐꾼 ‘봇카’의 삶을 화면에 담은 다큐멘터리 <행복의 속도>(제작: ㈜하이하버픽쳐스)가 10일(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공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혁지 감독은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며 영화를 설명했다.
<행복의 속도>는 일본 후쿠시마, 도치기, 군마, 니가타 등 4개 현에 걸쳐 있는 해발 1,500m 산악지대 오제 국립공원이 배경이다. 카메라는 70kg를 넘나드는 봇짐을 어깨에 지고 산장까지 식재료 등 각종 물품을 배달하는 두 명의 ‘봇카’ 이가라시, 이시타카의 삶을 관찰한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봇카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이가라시는 여유 있는 걸음을 걷는 반면, 업력이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이제 막 결혼과 출산을 경험해 일도 삶도 아직 불안정한 이시타카는 매번 가쁜 숨소리를 내뱉는다.
<춘희막이>(2015)를 연출한 박혁지 감독의 신작으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8회 EBS다큐영화제에 초청됐다.
박혁지 감독은 “2016년 EBS <길 위의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가라시와 이시타가라는 ‘봇카’들을 알게 됐다. 1주일 정도 촬영해 50분짜리 프로그램으로 방영됐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오제의 사계절을 내 눈으로 보고 싶기도 했고 ‘봇카’들의 이야기도 그대로 끝내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영화 연출 계기를 전했다.
‘봇카’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딱 와 닿는 직업도 아니고 일본 분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통 사람들이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하는데도 나름의 재미와 인생관,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 주인공들이 참 괜찮아 보였다”고 언급했다.
또 “이가라시는 많은 신임을 받는 한편 이시타카는 뭔가에 쫓기는 듯 불안하다. 같은 짐을 지고 같은 길을 걷지만 속도나 힘들어하는 정도가 미묘하게 달라 보였다. 두 사람의 다른 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박혁지 감독은 “촬영 당시에 내가 잘살고 있나,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나, 내 빠르기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저 친구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내 짐의 무게는 얼마나 되지? 하는 생각을 가져볼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관객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행복의 속도>는 18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봇카’들의 오랜 발걸음을 눈으로 쫓고 귀로 듣는 두 시간. 고즈넉하고 너른 오제 국립공원의 사계절을 직접 걷는 듯한 청아한 느낌에 빠져있으면, 어느새 영상 곳곳에 담긴 소란스럽지 않은 일상과 마주하게 된다. 같은 길을 걷지만 다른 삶을 사는 듯 보이는 이가라시와 이시타카. 그들을 통해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물어오는 감독의 보드라운 마음을 느낀다.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1년 11월 12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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