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을 스크린에 옮긴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제작: 연분홍치마)이 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는 변규리 감독,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이자 출연진인 나비, 비비안이 함께했다.
<너에게 가는 길>은 트랜스젠더 ‘한결’의 엄마 나비, 게이 ‘예준’의 엄마 비비안이 자식의 성 정체성을 수용하고 성소수자 부모로서의 삶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의 과정을 다룬다.
나비는 ‘한결’의 법적인 성별 정정에 동행하고, 비비안은 ‘예준’과 함께 토론토 프라이드에 참석하면서 강력한 지원군이 돼 주지만 동시에 자식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사회적 편견을 피부로 체감하기도 한다.
<마마상>(2005) <3XFTM>(2008) <레즈비언 정치도전기>(2009) <종로의 기적>(2010) 등 여성과 성 소수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다수 선보인 연분홍치마가 제작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심사위원 특별언급 및 다큐멘터리상,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용감한 기러기상, 제23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을 수상했다.
게이 아들을 둔 엄마이자 27년 차 항공 승무원인 비비안은 “5년 전 아들이 커밍아웃할 때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만든 책자를 받았고 거기서 나보다 먼저 (같은 상황을) 겪은 성소수자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보고 엄청 위로를 받았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외로움,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책보다 영화가 접근성이 훨씬 높다. 나처럼 (아들로부터) 커밍아웃을 ‘받아서’ 힘들었던 부모나 혹은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서 힘든 당사자가 있다면 영화를 보고 위로와 좋은 에너지를 받도록 해서 살아가는데 힘을 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연출을 맡은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보 영상을 찍을 때 화면 앞에서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에 주목했다”고 연출 시점을 회상했다.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엄마이자 34년 차 소방공무원인 나비는 성소수자 부모로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복을 입는 직장에서 ‘프라이드 뱅글(팔찌)’같은 걸 차고 다니면 아무래도 눈에 뜨인다. 공직 사회는 약간 경직돼 있다 보니 상급자들이 ‘자네는 그게 뭔가’ 하고 묻는다”는 것이다.
“‘제 아이가 트랜스젠더라 프라이드 기간에는 저도 (연대와 지지의 의미로) 이런 걸 착용합니다’라고 대답하니 굉장히 마뜩지 않은 표정으로 ‘엄마가 바깥으로 도니까 애가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말씀하더라”면서 “선진국에서 그런 말씀 하면 경찰이 와서 잡아갑니다”라고 응수했다고 밝혔다.
나비는 “나이 50이 되면 새로운 세상을 향해 껍질을 깨나간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자식 일이니까 그나마 이렇게 세상에 대해 알게되지 않았나 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온 많은 부모가 자식을 통해 성장한다. 자식이 부모의 스승이다. 퀴어 자식이 부모의 스승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변규리 감독은 “나비 님이 GV에서 주옥같은 말씀을 하셨다. <너에게 가는 길>은 처음 보면 퀴어 영화, 두 번째 보면 가족 영화, 세 번째 보면 여성 영화라는 거다. 나도 많이 공감하는 말이다. (부모님들을) 지켜보면서 자식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지만 스스로 좋은 사람이자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너에게 가는 길>은 17일(수) 개봉한다.
● 한마디
재미, 감동 다잡고 편견까지 녹인다. 올해 가장 힘 있는 한국 다큐멘터리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1년 11월 9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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