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학폭 잔혹사, 너무 실감 나 고통스러워
견딜 수만 있다면 마지막엔 액션 쾌감 느낄 것
고등학교 교실 풍경이 이렇게 끔직할 수 있을까.
체구 작고 여린 성품의 소년 ‘차우솔’(김민석)은 같은 반으로 전학 온 ‘배석찬’(정원창)의 얼굴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다.
‘배석찬’은 주인공 ‘차우솔’을 3년 넘도록 지독하게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다.
복싱으로 전국체전 금메달을 딴 ‘배석찬’은 만만해 보이는 ‘차우솔’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도록 때렸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오줌까지 핥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희생양을 알아본 ‘배석찬’은 비릿한 표정으로 ‘차우솔’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어떻게 피해온 학교이건만, 주인공을 향한 불운은 피해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차우솔’은 반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머리를 연신 후려 맞으며 큰 모욕을 당하면서도 벌벌 떨기만 한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같은 반 친구까지 얻어맞는 모습을 본 뒤 순간적으로 이성의 끈을 놓게 되고, 날카로운 펜을 집어 들어 휘두르기에 이른다.
티빙 오리지널 <샤크: 더 비기닝>(제작: JTBC 스튜디오)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꼽히는 학폭 잔혹사를 정면으로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반부를 장식하는 건 가해자를 응징하는 쾌감 액션이 아닌, 피해자가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잔혹 액션이다.
김정민 무술 감독의 지휘를 필두로 복싱 선수 역을 맡은 ‘배석찬’의 잔혹한 타격이 과감하게 전개된다.
지나치리만큼 실감 나는 학교 폭력 장면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나머지 스트리밍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할 정도로 수위는 높다.
다만 이 고된 초반부만 견딜 수 있다면, 이후부터는 그에 따르는 ‘보상’을 안기는 액션 영화가 <샤크: 더 비기닝>이다.
‘배석찬’을 다치게 한 ‘차우솔’은 살인미수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교도소에서 조력자 만나 성장하는 전통적 전개
소년 주인공 ‘불끈’ 액션 투혼에 마음 가
사회의 ‘거친 축소판’인 교도소 안에도 지독한 괴롭힘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차우솔’은 교도소를 주름잡고 있는 ‘원준’(배명진)과 ‘성용’(이정현)의 축구 게임에 차출됐다가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또 한 번 얻어터질 위기에 놓인다.
학교에서도, 교도소에서도 ‘차우솔’은 폭력이라는 끔찍한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정말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개처럼 끌려가던 주인공은 마지막 남은 용기로 낯 모르는 이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도움을 요청한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종합격투기 챔피언 출신 재소자 ‘정도현’(위하준)이다.
이쯤 되면 시청자는 <샤크: 더 비기닝>이 노리는 영화적 즐거움을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다.
이건 늘 괴롭힘만 당하던 힘 없고 약한 주인공이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세상으로 나간다는, 전통적인 소년 성장 서사의 액션 영화다.
그렇다면 시청자가 기대하는 건 훈련을 거듭하며 강인하게 다시 태어나는 주인공의 변화상일 것이다.
푸쉬업 한 번도 제대로 못 해내던 ‘차우솔’은 오래달리기, 턱걸이 등 기초 체력 쌓기부터 맷집 키우기, 종합격투기 훈련하기 등 실질적인 싸움의 기술을 섭렵하며 몰라보게 달라진다.
그에게 가르침을 주는 ‘정도현’은 약자를 돕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뽐내는 동시에 ‘차우솔’을 친동생처럼 살피는 훈훈한 형 같은 역할을 해내며 관객을 안도하게 한다.
‘정도현’의 훈련만 잘 따라가면 ‘차우솔’은 학폭 피해자라는 끔찍한 굴레에서 벗어나 가해자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지점이다.
드디어, 소년 주인공의 ‘불끈’ 액션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
교도소 원년 멤버 ‘원준’과 ‘성용’과의 대결에서 일곱 번 얻어맞으면 여덟 번 일어나는 끈질긴 투지로 승기를 잡은 ‘차우솔’은 점차 힘 있는 눈빛과 당당한 태도를 되찾게 된다.
‘내가 이기면 다른 사람을 이유 없이 괴롭히거나 때리지 말라’는 ‘차우솔’의 ‘착하고 강한’ 성장에 시청자가 마음을 내어주지 않기란 쉽지 않다.
학폭 가해자 역에 정원창, 인상적인 호연
교도소 조연 이정현, 배명진, 차엽 케미 좋아
자칫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액션물로 평가받을 여지도 있는 <샤크: 더 비기닝>에 힘을 불어넣는 건 주, 조연 배우들의 눈에 띄는 호연이다.
청춘 로맨스 드라마 <청춘시대2>(2017) <이번 생은 처음이라>(2017)에 출연하며 귀엽고 부드러운 인상을 쌓아온 김민석은 주인공 ‘차우솔’ 역을 맡아 유약한 한편 차츰 단단한 모습을 드러내는 양면의 얼굴을 풍성하게 표현해낸다.
그의 조력자인 종합격투기 챔피언 출신 ‘정도현’역은 위하준이 맡았다.
공포 영화 <곤지암>(2018)과 티빙 오리지널 스릴러 영화 <미드나이트>(2020) 등 장르성 짙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매력적인 비주얼과 연기를 선보인 배우다.
허세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교도소 재소자 ‘원준’역은 배명진이 맡았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교도소 재소자 ‘성용’역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인 ‘츠다’역으로 악역에 최적화된 연기를 검증한 이정현이 소화한다.
이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맞붙는 과정에서 선보이는 케미스트리는 영화를 즐겁게 추동하는 핵심 요인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는 학폭 가해자 ‘배석찬’역의 정원창이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020~2021)과 공포 영화 <0.0MHz>(2019)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주인공 ‘차우진’을 괴롭히기 위해서라면 언제고, 어디서고 달려들 준비가 돼 있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내며 소름 끼칠 만큼 징그러운 연기를 수행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복싱도 때려치운 그는 폭력 조직에 스카우트돼 한층 흑화하는데, 야생적인 눈빛과 도덕적 타협 없는 일방적인 액션은 심장이 두근댈 만한 긴장감을 안긴다.
‘배석찬’은 주인공 ‘차우솔’의 출소만 손꼽아 기다리는 상황.
주인공 ‘차우솔’은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IPTV에서 먼저 개봉한 청춘 액션 영화 <공수도>(2019)를 극장 역개봉까지 성사시킨 채여준 감독이 연출했다.
민지 작가가 원작 웹툰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
지난달 17일(목)부터 티빙 단독 스트리밍 중.
2021년 7월 2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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