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까? 창백한 아름다움? 아니면 신비로운 비밀? 유리는 투명하다. 겉에서 속이 다 보이는 투과성을 자랑하는 물체이다. 또한 극도로 단단하기도 하고 쉽게 깨져버리기도 한다. 한번 깨지면 겉잡을 수 없고 완전히 녹여 재가공 하지 않는 이상 더 잘게 부숴져 사용이 불가능 하게 된다. 아름답지만 어느 순간 끔찍한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번에 개봉을 기다리는 <글래스 하우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리로 만들어진 유리 같은 가족에 대한 내용이다.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십대 소녀가 후견인들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견고하게 완벽한 가정으로 보이는 그 후견인들은 10년 넘게 아이들을 알아왔던 사이다. 대규모 자동차 도매상을 하는 남자와 병원에서 유능한 의사로 인정 받고 있는 여자는 완벽한 미국의 상류층 가정의 모델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저절로 감탄이 쏟아질 만큼 훌륭한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유리로 만든 집'이다. 어느 하나 빈틈이 없어 보이는 환상적인 공간은 그러나 끔찍한 음모와 비밀이 숨어 있는 끔찍한 공간으로 돌변한다.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가족들의 짓무를 대로 짓무른 망가짐을 통해서 미국 가정의 붕괴를 비판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무너지게 되었는지, 휴가 여행 중에 촬영한 비디오 속에 가득하게 퍼지는 따듯한 웃음이 왜 그다지도 끔찍한 모습으로 돌변해야 했는지 대해서 조금의 언급도 없는 관계로 그러한 시도도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한국에서 먹히는 스타도 없고, 그렇다고 스릴러 특유의 확 뒤집히는 반전도 없이 그냥 두시간 여 동안 심리적으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만 계속 반복되는 <글래스 하우스>는 뭔가 한방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평범하고 심심한 스릴러로 남을 듯하다.
덧말 : <글래스 하우스>의 히로인 리리 소비에스키는 <글래스 하우스> 외에도 조만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캔디 케인>이란 작품에도 출연하고 있다. 큰 키에 시원한 미모를 지닌 그녀가 과연 어느 영화에서 더 끔찍한 소리를 질러대는지 비교하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다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