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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입양은 공동의 비밀 같은 것”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입장에서 해외입양이 아닌 국가(한국) 내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지”…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의견을 피력했다.

25일(화)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덴마크에서 입국해 자가격리를 마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과 배급을 맡은 커넥트 픽쳐스의 남기웅 대표가 참석했다.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생후 4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돼 덴마크국제영화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감독이 제주도에 위치한 미혼모 지원시설 ‘애서원’에 수개월 동안 머물면서 촬영했다.

대체로 미성년자인 애서원의 미혼모와 그의 부모가 출산한 아이의 미래와 관련해, 양육과 입양을 놓고 행하는 여러 결정의 모습을 담는다. 신원노출을 꺼리는 일부 등장인물의 경우 블러처리와 음성 변조로 신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오른쪽)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오른쪽)

영화는 2012년 기획해 2013년~2015년 촬영을 거쳐 8년 만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감독은 “당시 애서원에서 만났던 어린 엄마들과 그들의 삶이 생각난다. 또한 19세에 저를 낳고 입양을 보낸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감상을 전했다.

이어, 덴마크의 작은 도시에서 좋은 양부모님 아래 자랐다고 밝힌 감독은 “백인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든 동질화되려 노력했지만, 항상 아웃사이더"였다며, 20만여 명의 해외입양인 대부분이 유사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이 엄마를 포기하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입양의 결정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했으나 한국에서 본 현실은 달랐다”며 “엄마, 조부모, 친척, 의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내린 공동의 비밀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이 영화는 엄마에게 보낸 편지이자 사랑이다. 엄마가 꼭 보기를 바란다”고 희망하며 “엄마를 만나면 아버지에 관해 물어보고 싶다. 다음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공동제작한 김민철 민치앤필름 대표는 “물리적 어려움과 정서적 무르익음의 필요성”을 꼽았다. 즉 350시간이 넘는 촬영 분량을, 덴마크어와 영어, 제주도 사투리까지 번역하고 일일이 자막을 입혀 편집하는 것 자체로 긴 시간이 소요됐고, 감독이 엄마에 대한 생각을 담은 사적인 다큐멘터리인 까닭에 엄마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선결돼야 했다는 것이다.
 카라 보스 씨
카라 보스 씨

이날 자리에는 22일 방영된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을 통해 사연이 알려진 카라 보스 씨가 참석해 입양에 관한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가족 혈통 찾기 사이트에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면서 영국 유학 중이던 조카뻘의 친족을 찾게 되었고, 친자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작년 6월 친아버지와 만난 해외입양인이다.

카라 보스 씨는 “미혼모는 아이를 포기하고, 입양인들은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사회가 아이를 지키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양에 대한 네거티브한 의식을 개선하고, 미혼모가 수치심을 갖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미혼모와 입양인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영화는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등으로 아카데미에 2회 노미네이트 된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명가 Final Cut for Real과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 제작사 민치앤필름이 공동 제작했다. 제10회 코펜하겐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CPH:DOX)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호평받았다. 6월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 한마디
애서원에서 미혼모들은 자신이 입양 보낼 아이의 미래를, 감독은 자신을 입양 보낸 엄마의 과거를 파편적으로나마 만났을 것이다. 수많은 질문과 답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영화는 꺼내기보다 삼키는 편을 선택해 오롯이 관객에게 판단을 맡긴다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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