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이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썬더 포스>는 코미디 천재 멜리사 맥카시와 옥타비아 스펜서라는 뜻밖의 조합으로 소소하게 화제를 모았다. 제84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가 히어로물, 그것도 멜리사 맥카시와 B급 코미디라니 호기심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
매일 밤 신작과 추천작의 바다에서 고민하고 있을 넷플릭스 이용자들을 위해 <썬더 포스>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보려 한다.
리디아와 에밀리,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케미
반면 옥타비아 스펜서가 분한 ‘에밀리’는 정반대의 타입이다. 학창 시절부터 모범생의 길을 걸어왔고, 과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정의로운 뜻을 품고 초능력 혈청을 개발한 천재 과학자이자 기업가다.
‘리디아’와 ‘에밀리’는 뜻밖의 사건으로 히어로팀 ‘썬더 포스’를 결성하게 되는데 팀명처럼 그 포스가 심상치 않다. 괴력을 갖게 된 ‘리디아’와 투명인간 ‘에밀리’는 쫄쫄이 유니폼과 납작한 보라색 람보르기니에 평균 이상의 풍채를 구겨 넣고 초능력 악당 ‘미스크리언트’ 찾아 도시를 누빈다.
성격은 딴판이지만 비주얼은 누가 봐도 영혼의 단짝인 ‘썬더 포스’, 말 그대로 숨 막히는 포스와는 달리 실력과 호흡은 형편없다. 겁을 상실한 ‘리디아’는 막무가내로 달려들고, 겁쟁이 ‘에밀리’는 이미 투명인간이라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데도 구석에 숨어 전전긍긍하기 바쁘다. 하지만 히어로물의 공식에 따라 착실하게 성장해 나가는 두 사람! 결국 하나 둘 ‘미스크리언트’들을 물리치고 시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 되는데.
조금 많이 모자란 빌런 삼총사 킹, 크랩, 레이저
빌런 무리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킹’. 돈도, 욕심도 많은 그는 세상이 자신의 발 아래에 있다고 믿는 자의식 과잉의 찌질이다. 갖은 폼은 다 잡지만 ‘썬더 포스’에게 된통 당하기 일쑤에다 애먼 부하들을 쥐 잡듯 잡으며 그 스트레스를 푸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 유형 중 하나다.
그런 ‘킹’의 오른팔이자 주위의 에너지를 조작해 레이저를 만들어내는 ‘레이저’(폼 클레멘티에프). 위협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어설픈 실력의 ‘썬더 포스’에게 매번 당한다. ‘에밀리’가 눈 꽉 감고 내민 전기 충격기에 기절하는 ‘레이저’의 모습은 어이가 없어 코웃음이 나올 정도.
겉보기엔 그럴싸한 ‘레이저’와 달리 행동대장 ‘크랩’(제이슨 베이트먼)은 능력도, 비주얼도 대놓고 허술하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중 방사능에 오염된 게에게 생식기를 물려 팔이 집게발로 변했다. 초능력을 갖게 된 사연부터 기구한 그는 건장한 성인 남성을 메치는 ‘리디아’를 보자마자 흠뻑 빠져 로맨틱한 눈빛을 보내는데.
그래서 <썬더 포스>, 얼마나 재밌는데?
하지만 영화는 히어로물의 공식을 체력, 재력, 눈치, 상식을 비롯해 모든 면이 평균 이하의 여성과 유능하지만 흑인여성인 캐릭터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DC의 <원더 우먼>이나 마블의 <캡틴 마블>처럼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히어로물은 이미 존재하지만, 이러한 설정과 조합은 어쩌면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가 아닌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물론 사회적인 이슈나 의미 있는 메시지를 함유했다는 점이 뛰어난 작품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고 사랑스러운 ‘썬더 포스’ 팀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