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
“실종아동 문제는 가족을 해체한다. 한순간에 와해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무너진다”
실종아동 소재 다큐멘터리 <증발>(제작: 미들)을 연출한 김성민 감독이 3일(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해 제작 과정 동안 느낀 아픈 소감을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20년째 실종된 딸을 찾고 있는 주인공 아버지 ‘최용진’ 씨와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 소속 강성우 수사관이 함께했다.
<증발>은 2000년 4월 실종된 6살배기 둘째 딸 ‘준원’이를 찾는 아버지 ‘최용진’ 씨와 그 가족의 삶을 관찰한 다큐멘터리다.
‘최용진’ 씨는 ‘준원’이를 찾기 위한 추적을 집요하게 계속하지만, 배려 없는 주변의 말과 끝없이 이어지는 장난 전화, 협박 전화에 완전히 지쳐버린 엄마는 가족과의 별거를 택한 상황. 남아 있는 첫째 딸과 막내딸의 삶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이후 꾸려진 서울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을 필두로 새로운 기법의 수사가 진행되지만, ‘최용진’ 씨와 가족이 카메라 앞에 내어 보이는 반응은 생각만큼 희망적이지는 않다.
|
연출을 맡은 김성민 감독은 “실종된 지인을 직접 찾아다닌 경험이 있다. 당시 지인의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상당 기간 지켜봤다. (영화감독으로서) 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실종 아동의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다큐멘터리의 시작점을 회상했다.
영화 제목을 <증발>로 정한 이유에 관해서는 “실종아동 문제로 가족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실종 아동과 마찬가지로) 가족마저 기화하듯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언젠가는 가족과 개인의 삶이 붕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촬영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고민했다. 촬영을 그만두는 게 마치 ‘준원’이 찾는 일을 그만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까지 촬영하고,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제작 윤리를 고민하다 보니 기간이 길어졌다”고 고충을 전했다.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증발>은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상, 제11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젊은 기러기상 등을 수상했다.
딸 ‘준원’이를 찾는 주인공 아버지 ‘최용진’ 씨는 “그동안 시사회를 통해 <증발>을 여러 번 봤다. 내 시간은 멈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시간이 흘러 있더라”면서 소감을 전했다.
‘최용진’ 씨는 “어느 부모라도 자식을 잃어버리면 이 이상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모든 실종아동 가족이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 관심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가족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더 단단해져 꿋꿋이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증발>은 11월 12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아이를 잃어버린 뒤 가족의 삶과 관계는 어떻게 균열되고, 해체되고, <증발>되는가. 개인의 고통을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세밀하게 직시하는 카메라의 용기가 관객의 마음을 힘 있게 붙잡아 둔다.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11월 3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