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스팟 광고를 보면 여기저기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온 것들을 발견할 때가 있어.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찬호의 모 카드 광고를 보면 카드를 같이 쓰겠다고 여자들이 웨딩 드레스 입고 떼로 몰려다니고 하자나 그게 원래 어디 나오는 건지 알아? 크리스 오도넬과 르네 젤위거의 좌충우돌 결혼 대소동을 다룬 <청혼>에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야. 듣기론 수천명의 엑스트라들이 동원되고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웨딩 드레스가 사용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어. 영화를 볼 때 참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CF로 바뀌니까 아무래도 규모면에서 유치해 뵈더라구. 원판이 궁금하지 않아? 그래서 준비했지. 이번 추천 비디오는 <청혼>으로 결정했어!
먼저, 페니미즘과 여권신장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야. 왜냐하면, 여자를 말에 비교하면서 스토리 자체를 남자중심으로 끌어가거든. 할아버지가 남긴 1억불의 유산을 받기 위해 일정한 기간 내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운명을 맞닥트린 남자 주인공이 그간의 여성편력을 보여주면서 신부감 고르기 대행진을 벌인다는 게 핵심 줄거리야. 뭐 황당하고 유치한 느낌이 여기서부터 폴폴 풍기긴 하는데, 의외로 쓸만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다는 거 아니겠어?
이 같은 반가운 얼굴 외에도 이 영화는 남자의 결혼에 대해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뭐 나야 결혼에 대해선 아직 심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함께 영화를 본 녀석은 남자들이 진짜 결혼 할 때가 되면 그렇게 두려워 진다면서 주인공의 불안함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말을 하더라. 사실 결혼이란 것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인데, 그 제도 안에서 일생동안 한 남자와 여자가 가족이 되어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만만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긴 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런 점이라 할 수 있겠지. 결혼에 대한 고민을 웃음으로 풀어냈다는 것. 그리고 유명한 선남 선녀들이 나온다는 점.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찍기 전에 날씬했던 르네를 만나보는 것도 재미가 꽤 쏠쏠할거야. 최고의 웨딩 쇼를 관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렇구. 아... 또 하나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도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니까. 아무리 돈을 가지고 사람을 유혹했기로서니 여자들이 떼로 몰려 등장하는 그 장면이 웃기면서도 씁쓸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