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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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범죄 생활을 그린 <소리도 없이>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SF 단편 <서식지>로 호평 받았던 홍의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홍의정 감독은 “주인공들은 다리가 불편하고 말을 하지 않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 충족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범죄를 일상적인 톤을 사용해 신선하게 풀어낸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태인’ 역을 맡은 유아인은 “아주 놀라운 시나리오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가 상당히 동시대적이다.”라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한 그는 ‘태인’ 캐릭터에 대해 “특별한 직업의식 없이 묵묵히 시체를 처리하는 모습은 선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복잡한 지점이 있다.”며 “스스로 표현하기를 거부한, 혹은 그 방법조차 잊은 인물이다. 대사가 많이 없기에 외향이나 행동으로 많은 걸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홍의정 감독은 특히 "(‘태인’ 역할은) 대사가 없어서 현실적인 디렉션을 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영역을 침범당한 고릴라 같은 영상을 보내주는 등 관념적인 방식으로 디렉션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유아인이 이상한 제안을 잘 받아들여줘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범죄 조직의 청소부이자 신앙심 깊은 종교인 ‘창복’ 역으로 등장하는 유재명은 “시나리오가 담백하면서 강렬했다. 나쁜 일을 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 “주업은 계란장수이지만 부업으로 조직의 시체를 처리하고 자신이 처리한 시체를 위해 기도를 하는 독특한 인물”이라며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험악하고 무서울 것 같다는 선입견을 뒤엎고 전혀 다른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설명해 기대를 높였다.
주연인 유재명과 유아인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나이차이가 무색하게 친한 형처럼 격 없이 나를 대해주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홍 감독에 대해서도 “작업이 설렜고 무척 만족스러웠다. 감독님은 자신의 태도와 윤리적인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유재명 또한 “(홍의정 감독은) 응원하고 싶고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다음 작품 제안이 들어온다면 바로 수락하겠다.”고 전했다.
데뷔작에서부터 두 스타와 함께하게 된 홍의정 감독은 “유아인은 독특하면서도 흡수력이 아주 강한 배우다. 또 유재명은 겉으로 드러나는 아우라와 달리 내면에 사랑스러움이 있는 배우”라고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유아인은 “대사 없는 역할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어려운 시기에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관람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제공_S·CON 스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