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5월이라 사랑의 계절이 다가와서인가. 왠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자꾸 보고 싶어지는 마음을 달래려 하던 중 찾아낸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사랑하기도 힘든 데 사랑할 수 없는 이유라고? 게다가 10개씩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범상치 않은 제목으로 비디오 대여점의 수많은 비디오들 중 단번에 나의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야. 작품성이나 오락성이 수준급은 아니지만 비디오를 통해서 한번쯤 꼬옥 봐두어도 좋을 만한 이 영화는 캠퍼스 러브 스토리에 코미디를 잘 버무린, 그야말로 신선한 샐러드에 달콤한 드레싱을 뿌려 먹는 느낌을 주지.
전학생 카메론은 새 학교에서 꿈에 그리던 이상형, 비앙카를 발견해. 그러나 비앙카는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의 특이한 규칙때문에 데이트 한번 못해본 불쌍한 퀸카. 독설적이고 괴팍한 성격의 비앙카의 언니 캣이 데이트를 해야만 비앙카도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이 이상한 규칙 때문에 비앙카는 누구와도 데이트를 할 수가 없는 거야. 카메론은 역시 비앙카를 노리고 있는 학교 날라리 대표 조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조이는 비앙카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학교의 유명한 괴짜 패트에게 캣과 데이트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안하지.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패트지만 천방지축인 캣에게 관심을 갖게되고 조건을 승낙해. 일편단심 비앙카뿐인 카메론 역시 패트의 성공을 위해 캣에 대한 것들을 조사해주고 이렇게 캣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패트를 결국 처음에는 싫어하던 캣도 점점 좋아하게 돼.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스타들의 풋풋했던 신인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야. [기사 윌리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헤쓰 레더가 난폭한 괴짜 ‘패트’로 나와 터프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고,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에서 댄서 지망생으로 열정적인 춤을 보여준 줄리아 스타일스가 독설 미인 ‘캐트’로 나와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지. 또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악당의 편을 드는 배심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 [주어러]에서 데미 무어의 아들로 나왔던 조셉 고든 레빗이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 귀엽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카메론’을 연기해.
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한가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듣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거리는 경쾌한 모던 락과 신나는 펑크 음악들로 우리에게 더 큰 기쁨을 줘. 귀엽고 깜찍한 리드 싱어 케이 헨리가 이끄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Letters To Cleo]의 “I Want You To Want Me”는 귀를 즐겁게 하는 멜로디에 경쾌한 리듬이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지. [Save Ferris]의 “I Know”는 마치 우리 나라의 크라잉 넛처럼 톡톡 튀는 노래를 들려주지. 이외에도 펑크락 그룹 ‘George Clinton’이나 스웨덴 그룹 ‘Cardigans’, 그리고 마지막 곡인 ‘Richard Gibbs’ 의 기타 연주 역시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어. 특히 패트가 캐트에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노래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를 불러주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될 만큼 신나고 로맨틱한 부분이야. 이렇게 프로포즈 하는 남자한테 안 넘어가는 여자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그래.
마지막으로 놓쳐서는 안되는 즐거움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보여주는 NG장면들이야. 편집에서 삭제된 장면들과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애드립의 그대로 살아있는 이 장면들이 주는 재미 또한 만만치가 않아. 그러니까 영화가 끝나더라도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NG장면 감상하는 거 잊으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