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미국 연인들이 헤어질 경우 그들은 좋은 친구로 남고, 일본 연인들이 헤어질 경우 때때로 호텔에서 섹스파트너로 만나며, 한국 연인들이 헤어졌을 경우 두 사람은 원수로 돌변한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디스터번스>는 바로 이 같은 미국적 가족관계를 기초로 하는 작품이다. 존 트라볼타는 이혼남으로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아이는 아버지를 따르고, 새 아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이런 설정에서 끝난다면, 그야말로 망가진 가정사를 다룬 드라마가 되겠지만... 그러나 여기서 잠깐. 이제 존과 그의 전 아내, 아이와 새 아빠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정의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아무래도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관객들에게 누가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대충 얼버무렸으니 이해해 주시길.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시작 20여분 만에 범인이 누군지 뻔히 밝히고 진행되는 이 영화는 그 범인의 행각이 어떻게 모두 밝혀지는가 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 축임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 하게 대충대충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존 트라볼타 얼굴 한번 더 비춰주고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어느 사인가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그래도 간만에 존 트라볼타가 스크린에 정의의 사도로 나온다는데, 한번쯤 봐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테고, '웃기게 생긴' 스티브 부세미를 만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 필자처럼 시니컬 하게 보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쏠쏠한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존 트라볼타의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걸린 포스터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혹 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을 지는 미지수다. 사이언 톨로지에서 어떤 영화가 뜰 건지 찍어주는 예언자 같은 건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