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1980년 5월 21일 광주 전남도청 앞, 계엄군이 시민을 상대로 발포하기 직전 상황은 영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발포 시점으로 추정되는 정오부터 직후 4시간 동안의 영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제작: ㈜훈프로)으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이조훈 감독이 1일(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언론시사회를 열고 자신의 취재 과정과 여러 의문에 관해 이야기했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당시 미국에 살던 교포들이 ABC, ARD, NHK 등 외신에 보도된 영상을 모아 만든 이른바 ‘광주 비디오’의 존재를 소개한다.
‘광주 비디오’를 국내에 전하고 지역 사회에 공유하기 위해 직업 복제, 전파에 나섰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당시 상황을 전한다.
문제는 ‘광주 비디오’는 물론이고 당시를 기록한 모든 영상 중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상대로 발포하는 상황만큼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해당 기록은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을 특정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지목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다.
박정희 정권 시절 자행된 강제 노역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서산개척단>(2018)으로 암담했던 근현대사 일부를 공론화한 이조훈 감독의 신작이다.
이조훈 감독은 “원래는 ‘광주비디오’의 제작, 편집, 유포만 다루려고 했다. 그런데 관련 비디오를 분석하다 보니 (1980년 5월) 21일 중 네 시간이 비어 있더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물어봤더니 자신들도 그 4시간 영상을 찾고 있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면서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 감독은 “박지원 전 국회의원이 과거 기자회견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에 ‘광주비디오’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군은 부인했지만,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정황상 군이 (해당) 영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은폐하고 있을 확률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이 소유했던 (당시) 영상을 수집가에게 몰래 팔아 그것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공수부대원이나 편의대원이 직접 기록한 영상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발포 당시 영상의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편의대원이 찍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영상에는 ‘편집점’이 있다. 원본이라면 어느 순간 촬영을 그만두는 타이밍이 있어야 하는데 (흐름이) 딱 맞게 편집돼 있고, 당시 소준열 사령관이 (외신에) 발언하는 장면도 어느 부분에서 딱 끊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 비디오’의 존재를 다루는 영화의 앞부분의 내용은 지난 5월 KBS 다큐멘터리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집 광주 비디오’로 방영되기도 했다.
이 감독은 “KBS에서 내가 기획한 영화의 일부를 5.18 40주년 특집다큐로 방영하고 (그 반대급부로) KBS 영상 자료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한을 얻었다. KBS는 기간방송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남아있었다. 그 중에서 ‘광주 비디오’와 관련된 부분을 떼어서 48분 분량으로 방송했다”고 전했다.
감독은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찾아보고 소화하고 엮는 일은 할 때마다 어렵다. 이 영화를 본 당시 관계자라면 양심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영화가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도움이 되고, 실제 사라진 4시간이 어디에선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7월 16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서산개척단>에 이어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근현대사의 암담한 시절을 추적 취재하는 다큐멘터리스트로의 자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조훈 감독의 작품이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됐던 시절, 외신을 통해 광주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재미교포들이 만든 ‘광주비디오’가 국내로 전파된 과정을 보여주고 그에 헌신한 증인을 인터뷰한다. 여기까지가 KBS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개된 내용이라면, 영화는 그 비디오들 중에서도 1980년 5월 21일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발포 순간이 담긴 영상만큼은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사라진 4시간’으로 명명되는 기록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문제를 공론화하는 저널리즘의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하는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꼭 맞을 작품이다. 다만, 과거 광주에서 태동한 촛불 집회와 그 정신이 최근의 서초동 집회로 이어지는 듯 흘러가는 지점이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의 명료한 문제의식과 설득력을 강하게 헤쳐 놓는다. 거의 유일하게 아쉬운 지점이다.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7월 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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