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는 우연적인 만남도 본래는 운명에서 비롯된다는 '사랑의 운명설'을 고지식하게 주장하는 영화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세렌디피티>는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이 이 순간이 그들의 운명이라는 황홀한 믿음을 확인시켜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뉴욕의 밤, 조나단과 사라는 한 백화점에서 연인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장갑을 사려고 하다가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된다. 하나 남은 장갑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고 함께 저녁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미 정해진 사람이 있었지만, 조나단과 사라는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라고 믿는 조나단은 사라에게 연락처를 묻지만,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라는 자신이 헌책방에 판 책이 조나단에게, 조나단의 연락처를 써놓은 5달러 지페가 자신의 손에 돌아온다면 운명이라고 믿겠다는 엉뚱한 제안을 하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은 다시 추억의 장소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작품성과 개연성을 따진다면 <세렌디피티>는 적합한 영화가 아니다. '우연'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영화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시종일관 엄청난 우연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골프클럽의 벤치에 조나단이 붙여놓은 껌은 직감 하나만 믿고 그곳에 찾아간 사라의 손에 붙어버리고, 사라가 벤치에 두고간 윗도리는 조나단의 손에 들어온다. 한수 더해서 사라의 절친한 친구는 조나단의 약혼녀와 동창생이다. '우연'의 힘을 믿지 않는다면 좀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사라와 조나단이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설정들은 너무 부자연스러워 관객들이 느끼는 '운명'의 신비함을 감퇴시킨다.
전혀 변하지 않은 두 주인공의 외양과 도시의 배경 역시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는 믿기에는 너무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그 또한 그들의 운명이라면 더 이상 따지지 말자. 어차피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많은 우연들이 운명을 만들고 그래서 너와 내가 여기 있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세렌디피티>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용 영화이다. 사랑이 있다고, 운명이 있다고 믿고 싶을때는 <세렌디피티>를 보자. 지금 당신 옆의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운명일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