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린 집의 신화는 계속된다. [헌티드 힐]에 이은 윌리엄 캐슬 공포영화 리메이크 제 2탄 [13고스트] 또한 집이라는 밀폐공간에서의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집은 단순히 유령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13고스트]의 저택에서는 전설의 고향이나 미스테리 극장에 등장하는 '영혼이 떠도는 집' 차원을 넘어서는 '인공성'이 발견된다. 인간이 유령을 사로잡아 지하에 가두어 놓고 집 전체를 하나의 기계장치로 꾸몄다는 설정에서 그것은 오히려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 가깝다.
인간의 사악한 욕망과 무시무시한 유령들의 영상을 결합시켜 공포를 증폭시키려 했던 영화의 의도는 잘 살지 못한다. 광폭한 사이비 종교론자처럼 그려지는 사이러스는 그 단순한 캐릭터 때문에 '인간'에서 멀어지고 만다. 그는 천부적인 악의 화신, 고로 제거해야 해! 라는 마음 편한 반감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영화가 공략했던 심리 공포는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영화가 특별히 공들여 제작했다는 유령들은 충분히 볼 만하다. 12마리의 유령들은 각각의 사연에 걸맞는 다채로운 외모를 선보인다. 엉성한 플롯 사이에 장치되지 않고 각각을 그림으로 붙박아 놓는다면 사뭇 섬뜩할 모습들이다.
모든 고난과 역경을 해결하는 단서는 결국 '사랑'이노라 식상한 결론까지, [13고스트]의 구성은 밋밋하게 달려간다. 영화 관람 후에는 정말 놀이동산 유령의 집에 다녀온 정도의 감흥만이 남는다. 뻔히 알면서도 '여긴 어떻게 꾸며놨나' 들러보는 호기심이 특출한 관객이라면 한 번쯤 몸을 맡겨봐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