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임지호 셰프의 ‘산골 따라 요리 여정’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밥정>(제작: ㈜하얀소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가 18일(화)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박혜령 감독과 주인공 임지호 셰프가 함께했다.
<밥정>은 <인간극장> <방랑식객>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등 TV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임지호 셰프와 인연을 맺은 박혜령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시골길을 지나며 모은 솔방울, 이끼, 나물 등 자연 재료로 산골 마을 노인에게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주는 임지호 셰프의 모습을 담는다.
낳아준 어머니, 키워준 어머니, 지리산 마을에서 만난 뒤 마음으로 섬긴 어머니 김순규 씨를 그리워하는 임지호 셰프는 3일 동안 108접시의 제사 음식을 차린다.
박혜령 감독은 “2006년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임지호 선생님을 처음 만났고, 계속 따라다니면서 그의 일상을 촬영했다. 이렇게 성공한 삶을 살았는데 이분은 왜 늘 외로울까 생각했다. 울릉도로 식재료를 구하러 가던 날 차가 안동댐 주변을 지나가는데 이 길에서 자신을 낳아주신 엄마가 차에 치여 돌아가셨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생모가 김 씨라는 것밖에 모르고 얼굴도 알지 못하지만 이 길을 갈 때면 눈물이 난다고 하시는데, 그 한마디로 모든 게 이해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9년 지리산에 요리 재료로 쓸 감을 구하러 가자고 하시더라. 지리산 전역을 돌아다니다가 김순규 할머니를 만났다. 그곳에서 며칠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과자와 사탕만 주고 돌아오기도 하면서 7~8년 동안 할머니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김순규 할머니의 죽음 이후) 임지호 선생님이 세 어머니를 위한 음식을 차려보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임지호 셰프는 “내가 하던 대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니 카메라가 나를 따라오더라.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것을 영화에서 이야기했다. 김순규 할머니는 잊어버렸던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왈칵 나기도 했고 가슴 속에 잔잔하게 (무언가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혼신을 다해 준비한 제사 음식에 관해서는 “일반적인 제사보다는 모든 영혼을 위한 나눔으로 생각했다. 제사 음식을 통해 공존, 공생, 함께 나누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바다와 땅 모든 곳에서 나는 산물, 날고 걷고 기어 다니는 것, 인간이 먹어야 할 모든 것이 제사 음식의 결정판이라 가짓수가 굉장히 많았는데 (제례에 따라) 맛을 보지 않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에게 밥을 해주는 게 나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밥정>은 3월 5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뚝딱 귀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임지호 셰프의 엄청난 요리 실력에 홀리듯 빨려든다. 정말 경이로운 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따뜻한 밥 한 끼 지어주며 마음까지 내어주는 몇몇 장면들. 제사 음식을 마련하는 시퀀스는 어떤 음식 영화에 견줘봐도 손색없는 정점이다.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2월 1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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