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서 그런가, 왠지 캠퍼스가 그리워지고, 지나가는 연인들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내게 되는거 같아. 하지만 다정히 손잡고 나갈 연인도 없고..다 나같지는 않겠지만 왠지 싱숭생숭한 사람들한테 이 영화 추천할게. [쉬즈 올댓], 아마도 입소문을 통해 은근히 본 사람 많을 거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와 [도슨의 청춘일기]로 알려진 깜찍한 외모의 레이첼 리 쿡이 만난 [쉬즈 올댓]은 1999년 1월 미국에서 개봉, 첫 주에만 1천6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야말로 캠퍼스 로맨틱 코미디의 파워를 보여준 영화야.
고등학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전교 4등으로 머리까지 똑똑한, 그야말로 전형적인 왕자님 스타일의 학생회장 잭은 역시 학교 최고 퀸카 여자친구 테일러에게 졸업을 두달 앞두고 그만 채이게 되지. 그는 친구의 놀림에 어느 여자도 자신과 사귀면 졸업파티 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고 짓궂은 내기를 하게 돼. 그리고는 화장품 한번 써본 적 없고 음침하기까지 한 성격의 소유자인 레이니를 졸업파티 퀸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게 되지만, 어느새 그는 내기보다는 레이니의 매력에 끌리게 되고 둘은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돼.
그렇다고 [쉬즈 올댓]이 뻔한 연애물이구나 하는 판단은 이른 거야. 이 영화는 로버트 이스코브 감독이 자신의 딸에게 하고 싶은 얘기라고 했던 만큼 그 또래 청소년들이 가진 미래와 가족, 사랑과 우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고민들이 녹녹히 녹아있는 영화야. 그냥 웃어넘길 수 만은 없는 대사들을 통해 어느새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거든. 자신이 외톨이라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마음을 닫아버렸지만, 사실은 모두가 자신을 알아주기 바라고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레이니의 마음은 이 나이의 또래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일꺼야.
[쉬즈 올댓]의 또 하나의 재미, 바로 숨은 배우 찾기인데~사라 미셀 겔러의 까메오 출연을 찾아내는 것. 겔러가 왜 까메오 출연을 했냐고? 글쎄 연인인 프레디가 레이첼이랑 바람필까봐 감시하러 아닐까? 또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안나 파킨이 잭의 여동생 멕으로 나오지. 게다가 맥컬리 컬킨의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키에란 컬킨이 바로 레이니의 말썽장이 동생 사이먼으로 나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 나라의 고등학교와 미국의 고등학교 교육의 차이점이야. 캠퍼스 러브 스토리에 갑자기 왠 교육타령 이냐고? 하지만 [쉬즈 올댓]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걸. 미국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성인이 되어서 사회로 나갈지 대학을 진학할지를 선택하고, 이때 이미 사회인으로서 한걸음을 딛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고. 화려한 졸업파티는 마지막 그들만의 축제를 통해 학창시절의 즐거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거 같아. 하지만 우리를 보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대학을 졸업해야 사회인이 된다는 잘목된 인식이 많은 게 사실이야. 그리고 그건 미국 청소년들보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가 적어도 4년은 늦다는 걸 의미하지.. 슬프지 않아? 게다가 우리는 졸업 파티두 없잖아. 사실은 졸업파티 얘길 하구 싶었던 거 아니냐고? 그럴지도 몰라. 솔직히 부러운 걸. 파트너가 없을 것이라는 불길한 상상만 아니라면. 한번쯤은 레이니처럼 드레스 예쁘게 입고 학교 킹카(혹은 퀸카)와 손잡고 파티장에 들어가보고 싶은 거 나만 그런 건 아닐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