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인]은 [귀천도]로 감독 데뷔한 이경영의 두 번째 영화이다. 그리고 그의 욕심이 뚝뚝 묻어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멜로를 주축으로 무협과 코믹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퓨전 영화 실험'은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주연격인 이경영(윤호)과 하희라(소라), 그리고 정인선(유메)은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 인물들이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낸 윤호, 그런 윤호를 홀로 조용히 사랑하는 소라, 병을 앓고 있는 윤호의 딸 유메까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적합하고 익숙한 신파조의 설정을 영화는 무리 없이 풀어낸다. 9시 뉴스 '영상 스케치' 같은 단아한 화면과 아련한 옛 가락에 녹아드는 그들의 삶은 용케 '감정의 과잉'이라는 치명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절제된 신파를 구성한다.
영화 도입부를 장식하는 무협장면.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전생과 후생이 연결되는 지점을 짚어보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그래서인지 윤호의 독백 속에는 가끔 '생을 건너 다니는 인연'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짧은 무협 장면이 갖는 심오한(?) 의미를 관객에게 납득시키지 못한다. 느닷없이 나타났던 흑백 화면은, 뒤이은 컬러 스토리와 연결되지 못한 채 역시 느닷없이 사라진다.
따라서 [몽중인]의 코믹과 무협은 멜로에 제대로 내려앉지 못한다. 그것들은 채 섞이지 못한 양념처럼 멜로 위에 둥둥 떠 있다. 그리고 오히려 멜로를 맛있게 떠먹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
세 장르의 실패한 혼합과는 별도로 윤호와 소라, 유메의 이야기는 상당히 또렷하게 드러난다. 각 캐릭터는 직설적인 성격의 분출을 제어하면서도 나름의 특징을 잘 구현해 낸다. 윤호의 감정은 그의 아버지(아내를 잃고 시간을 멈추어 버린)나 그가 쓰는 시나리오를 빌어 나타나고, 소라의 외로움은 '이방인'이라는 그녀의 상황과 맞물려 증폭된다. 또한 죽어 가는, 즉 시간을 잃어 가는 유메는 캠코더 찍는 일에 집착하면서 시간을 보존하려 한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몽중인]의 대사는 상당 부분 나레이션으로 처리된다. 나레이션은 관객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이경영과 하희라는 마치 시 낭송하듯, 묵직한 목소리로 그 정제된 대사를 반복해 읊조린다. 그들에게 배어나는 진한 감정은 관객을 그들 편으로 데려가 눈물짓게 만든다. 유메 역의 정인선 또한,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성숙하고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다.
군더더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은 산만하지만 [몽중인]은 영상과 음악, 대사의 '고전미'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연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하지만 역시, 이경영은 감독 이전에 배우임을 새삼 확인 시켜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