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극장에서 <스파이 게임>을 봤어. 처음엔 브레드 피트를 보려고 갔는데, 나올 때 내 머리 속을 어지럽힌 건 브레드의 풀어헤친 가슴이 아니었던 것이야. 아... 나이를 그렇게 먹었는데도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의 로버트 레드포드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이 콩닥거리지 뭐야. 당장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고, 거기서 신작 비디오 <라스트 캐슬>을 단박에 집어 들었지. 뭐 레드포드가 별거겠어? 라는 생각에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영화를 집어 들었다는 것이야.
한마디로 말해 <라스트 캐슬>을 보고 나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팬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도 감정이 메마를 대로 메마른 사람일거야. 물론 미국 우월주의에 로버트 레드포드만을 부각시킨 스토리가 좀 밉긴 하지만, 인물간의 갈등과 대립구조, 감옥이라는 공간설정 등을 이용해 꽤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거 아니겠어? 제임스 갠돌피니, 마크 러팔로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등장해 일단은 영화가 안정적인 모양새를 갖추니까 헐렁한 스토리 텔링이 밉게 보이지 않더란 말이지.
내가 젤 싫어하는 영화 프로그램 스타일이 어떤 건 줄 알아? 이것저것 다 까발리는 거야. 스토리도 다 알려주고 포인트도 집어 주고. 그렇게 되다 보니까 이건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텔레비전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건지 구분이 안가게 되거든. 때문에 가능한 영화의 스토리를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단지 영화의 외적 매력이라든가 재미에 대해서만 말해주고 싶어. 내용이 궁금하면, 영화를 보면 되는 거 쟎아.
각설하고, 이 영화 한 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야. 애국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미국을 욕하기 전에 그네들이 자기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먼저 배웠으면 좋겠어. 그게 중요한 것 같아. 한가지 힌트를 준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전기가 찌릿찌릿 느껴질 정도야. 그래. 요기까지만 얘기할게.
아.. 레드포드 오빠~! 너무 좋아. 안성기 아저씨~ 아저씨도 꼭 로버트 레드포드 같이 멋지게 늙어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