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한 몫 챙기려는 야심만만한 두 탈옥수 조(브루스 윌리스)와 테리(빌리 밥 손튼), 그리고 스턴트맨을 지망하는 조의 조카 하비(트로이 개리티). 투박한 남정네들만으론 심심하니 매력적인 여인 한 명(케이트 블랑쳇) 끼워 넣고. 그들이 드디어 은행을 털러 나섰다.
범죄자 주인공에 현혹되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라도 기대했다면 당장 마음 비울 것. 그들은 범행 전날 밤 표적이 된 은행의 지점장 집을 찾아가 하룻밤 얌전히 묵은 후, 은행원들이 출근하기 전 당당히 지점장과 함께 한가한 은행에 들르는 신사다운(?) 수법을 쓴다. 게다가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는 나름의 윤리의식까지 지니고 있는 터. 따라서 이 영화에는 별다른 액션은 등장하지 않는다.
[밴디츠]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풍성한 유머가 무리 없이 흘러가고, 그 코믹한 분위기는 강도들 사이의 사랑싸움까지 볼만한 '거리'로 만든다. 현란한 영상 없이도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즐겁게 메우는 것은 또렷한 캐릭터를 능란하게 조작하는 시나리오의 힘이다.
영화의 요소들이 벌써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식상한 느낌보다 즐거움이 앞서는 것은 [밴디츠]가 구성이 잘 된 이야기임을 증명한다. 조와 케이트가 사랑에 빠지는 침대 장면도 모 영화에서 따왔지만, 그 장면을 이미 본 관객이나 미처 보지 못한 관객 모두에게 웃음을 이끌어 낸다. 음악을 빌어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케이트의 모습도 익숙하지만, 너무 귀엽다.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안절부절 못 하는 빌리 밥 손튼과 능청스런 케이트 블랑쳇의 연기가 일품. 나머지 배우들도 딱히 나무랄 데 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다.
승승장구하던 그들도 결국 한 때였구나. 사회의 법을 거스르는 자는 처단 받으리. 내부의 갈등이 깊어져 붕괴하는 듯한 숙박강도단은 그러나, 마지막까지 관객의 예상을 터뜨린다. 즉, 순순하지 않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