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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지(之)자로 풍랑을 누비는 여자의 마음
웨이트 오브 워터 | 2002년 3월 28일 목요일 | 우진 이메일

1873년 미국의 외딴 섬 스머티노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 후, 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사진기자 진(캐서린 맥코맥)은 시인인 남편 토마스(숀 펜), 시동생 리치와 그의 연인 애덜라인(엘리자베스 헐리)을 대동한 채 요트에 몸을 싣는다.

이러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웨이트 오브 워터]는 1873년의 스머티노즈와 100년 후의 요트에서의 상황을 동시에 풀어내는 독특한 구조의 영화이다. 교차편집으로 두 시공간을 넘나드는 카메라의 시선은 각각의 사연 중심에 여성을 놓는다. 스머티노즈의 마렌 혼트베트(사라 폴리)와 요트 위의 진. 두 여성의 심리는 묘하게 맞물리면서 시간의 간극 속에 묻혀진 진실을 떠올려 간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은 흥미롭다. 두 상황이 얽혀드는 복선 구조는 단선 구조에서 느낄 수 없는 다층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심리를 서로 다른 맥락에서 이해함으로써 복합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웨이트 오브 워터] 역시 복선 구조를 이용함으로써 인간의 섬세하고 복잡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역시나 제한된 시간 내에 두 개의 서사에서 핵심을 부각시켜 하나로 맞추어야 하는 조율 작업이 쉽지는 않았던 듯, 영화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종종 방향을 잃어버린다. 특히 요트 위의 이야기는 자꾸만 핵심에서 벗어난 채 횡설수설한다. 중심에 솟아야 할 토마스와 에덜라인 간의 관계마저 흐릿하고, 생뚱맞게도 토마스를 질시하는 리치의 감정이나 토마스가 지닌 옛사랑의 상처 따위가 초점을 흐린다. 게다가 던져놓은 실마리들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 더더욱 산만해진 요트 위의 마음들은 비교적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된 스머티노즈의 마음들과 효율적으로 상응할 수 없다.

영화를 곰곰히 뜯어보면, 큰 줄기인 질투의 감정 이외에도 많은 것을 짝지으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단지 사랑을 빼앗긴 분노뿐만 아니라, 폐쇄된 공간과 이방인으로써의 불안감, 그리고 낯선 타자에 대한 공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 많던 할 말을 채 다듬지 못하고 거센 물결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감독이 화가 출신이라 그런지, 영화의 영상미는 뛰어나다. 특히 그늘이 드리워진 푸른 색감에는 스크린 밖으로 번져나는 불안감이 농밀하게 웅크리고 있다. 주인공들을 둘러 싼 자연의 결은 꼭 그녀들의 마음처럼 고이고 고이다 한 순간 으르렁거린다. 꿈틀거리는 파도의 모습도, 휘청이는 바람의 소리도 거칠게 치닫는 질투와 공포를 잘 대변한다.

숀 펜과 캐서린 맥코맥, 엘리자베스 헐리, 사라 폴리 등 영화의 축을 이루는 배우들은 각자의 고뇌를 올올이 뿜어낸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꿋꿋이 지켜감으로써 강렬한 인물을 만들어 낸다. 유혹에 흔들리는 시인 토마스는 숀 펜의 애달픈 눈빛으로, 복받치는 질투를 쓸어 내리는 진은 캐서린 맥코맥의 강인한 몸짓으로, 시인의 얇은 감성에 나부끼는 에덜라인의 매력은 엘리자베스 헐리의 짙은 섹시함으로, 과거의 아픔을 마음에 묻은 채 키워가는 마렌은 사라 폴리의 굳은 표정으로 형상화된다.

돋보이는 영상미도, 뛰어난 배우들도 구성상의 어지러운 틈새를 완전히 메우기에는 부족하지만, 역동적으로 그려낸 심리를 읽는 것은 즐겁다.

3 )
ejin4rang
너무너무 기대되요   
2008-10-16 16:17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21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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