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 최근에 이범수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라라 : 왜?
미미 : 꽤 재미난 시나리오를 잘 골라 내쟎아. <번지 점프를 하다> <아나키스트> <하면된다> 등등 흥행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괜찮은 시나리오를 찾는데 심안을 가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 <정글쥬스>도 조금 기대를 했던 거고...
라라 : 그래서 보자고 한거야? 난 아무래도 별로 매력이 없던데... 포스터부터 딱히 당기는 매력이 없쟎아. 게다가 난 장혁이나 이범수 둘 다 별로 맘에 안들거든... 매번 같은 이미지만 고수 하는 것 같아서, 이 영화가 그 영화 같고 저 영화가 이 영화 같거든... 솔직히 이번 <정글쥬스>도 좀 그렇고 그런 영화 같아서 별로 였어. 장혁은 예전에 앨범 냈을 때... "헤이 걸"인가 하는 뮤직비디오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고... 이범수의 대사 톤은 모든 영화가 다 똑같아 보여.
미미 : 내 생각에 이 영화 감독은 나름대로 꽤 머리를 쓴 것 같아. 데뷔작이니까 그랬겠지만 굉장히 계산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 정체되어 있는 청량리 오팔팔에서 만화 같은 캐릭터에 유치한 스토리 라인, 불친절한 설정등이 괜히 그런게 아니었다는 거지.
라라 : 그럼 그게 감독의 의도였단 말이야?
미미 : 어. 내 생각이 잘못됐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게 보였어. 세상에 이런 멍청한 놈들도 황당하지만 잘 사니까...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힘내라... 뭐 이런 것 같기도 하구, 세상은 이만큼 다양한데, 니네가 보고 있는 세상은 조작되고 단편적인 것들 뿐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 그리고 네가 지적한 장혁과 이범수라는 두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물론 '싸이더스'라는 이름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꽤 적절했다고 봐. 퇴폐적이면서 멍청하고 유쾌하면서도 껄렁껄렁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거든.
라라 :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야? 참 너도 신기한 아이다.
미미 : 포스터를 봐도 그렇쟎아. 요란한 촌스러움... 영화 자체를 그럴싸하게 그림 한장으로 잘 나타낸 것 같아 좋던데? 완전히 영화의 느낌과 확실히 겹쳐지지 않던? 난 그렇게 봤어.
라라 : 한국영화가 다른 뭔가를 막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리 성공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정신 없고... 말도 안되고... 유치하고... 여튼 난 그냥 심심하기만 했어
미미 : 늘 꽉 짜여진 영화만 보다가 뭔가 색다를 것을 느껴서 그랬을 수도 있어. 나름대로 특이한 재미가 있어서 나는 그리 '나빠'라고만 하고 싶지는 않아. 세상살이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네가 지적한 정신 없고, 말도 안되고, 유치하고 등등의 이유가 흥행에는 플러스가 될 수도 있어. 요즘 우리나라 관객들이 진지한건 딱 질색으로 여긴다고 하쟎아. 난 말이야, 간만에 불량식품을 먹는 재미랄까? 그런 느낌이라서 특별했어.
라라 : 결과야 두고 보면 될 일이지... 우리 몫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