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부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영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꼽을 수 있고, 둘째 영화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감을 들 수 있다. 또 한가지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늘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영화인이 있다는 사실… 사실 이 점이 가장 부럽다.
<스파이 게임>은 우리나라 같았으면 퇴물 취급 받았을 나이의 왕년의 스타가 영화의 핵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한 때 필자 부모 세대를 열광케 했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아들 뻘인 브래드 피트와 스크린 대결을 펼쳐 조금의 꿀림도 보여주지 않는 이 영화는 한국 영화판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재미있는 영화다. 만약 노주현, 김영철, 백일섭, 이대근 같은 분들이 이 같은 액션 스릴러에 출연한다고 하며 얼마나 많은 한국 관객들이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브래드 피트와 로버트 레드포드를 같은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스토리나 액션 그 어떤 것도 두 주인공 앞에서는 배경으로 물러난다.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그간 꾸준히 공동 작업이 추진되어 왔었는데, 무수히 많은 프로젝트들이 거론되기만 했고 결과적으로 현실화 된 작품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작품에서 두 남자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매력을 과시하며 영화의 균형을 맞춰 나간다.
브래드 피트가 반항적이고 감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면, 로버트 레드포드는 신중하고 연륜에서 오는 노련미로 균형을 맞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을 보여주는 브래드 피트가 있다면, 책상 앞에서 머리를 짜내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뒤에 있고, 한 사람이 문제를 유발시키면 또 한 사람은 그 일을 무마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영화는 섹시한 두 남자 주인공이 매력 대결을 펼치는 것과 함께 토니 스콧 감독 특유의 스피디함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2시간이란 러닝타임을 훌쩍 흘러가게 만든다. 최근 볼만한 스릴러가 없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스파이 게임>은 독특한 향취를 풍기며 간만에 볼만한 영화임을 자랑할 만한 구석을 꽤 많이 지닌 작품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