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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그 남자의 신나는 복수 활극
몬테 크리스토 | 2002년 3월 16일 토요일 | 우진 이메일

너무 어린 시절에 읽었던 탓일까,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꺼내려 머리를 뒤적여 봐도 낡은 먼지만 풀풀 날렸다. 책장 구석에서 오랜 세월 누렇게 침묵한 채 웅크리고 있던 책을 찾아냈다. 영화에서 어렴풋이 가닥 잡히던 이 '황당한 복수극'의 고전이 신나게 속내를 뒤집는 통에 앉은자리에서 책 한 권을 금방 읽어 치웠다.

영화 [몬테 크리스토]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축약판이다. 영화는 소설의 기본적인 줄기만 도려내어 스크린에 심는다. 원작 소설의 다양한 인물 군상과 갈등 양상 또한 걸러 주인공 중심의 단순한 이야기로 정리한다. 따라서 이 영화에는 방대한 원작을 꼼꼼히 묘사하려는 무리한(혹은, 가상한) 노력이 없다. 대신 단촐한 플롯을 빠르게 전개시킴으로써 관객의 편안한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다만 밍숭맹숭 심심한 것만은 아니다. 주인공 에드먼드 단테(제임스 카비젤)가 천신만고 끝에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부활하는 장면처럼 원작에서 보장받은 화려한 비쥬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엄청난 부를 손에 넣게 된 터라 그의 재등장-특히, 성에서의 파티 장면이란-은 다소 '오바'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휘황하다. 설마 영화 속 찬란한 향연에 질투를 느낄 리야 없고, 그저 눈은 즐겁다.

눈이 즐거운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제임스 카비젤과 가이 피어스라는 두 미남 배우. [프리퀀시]에서 아버지와 교신하는 아들 역을 맡았던 제임스 카비젤이 주인공 에드먼드 단테의 명찰을 달았고, [메멘토]에서 기억을 잃은 남자로 분했던 가이 피어스가 주인공의 친구이자 숙적인 페르난드 역을 맡았다. 이글거리는 에드먼드의 눈길과 함께 복수심을 태우는 것도, 페르난드의 비열한 잔꾀에 경멸을 보내는 것도 즐겁기는 매한가지이다.

영화는 소설을 축약하면서 주인공 편과 상대편을 뚜렷하게 구분 지어 놓는다. 그리고 전적으로 주인공 편을 든다. 교도소장과 간수들을 천하에 몹쓸 놈으로 만들어 버린다든지(원작에서 그들은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페르난도를 친구로 바꾸어(원작에서 페르난도는 친구가 아니다) '배신'의 죄목을 하나 더 씌운다든지 하는 설정들에서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이렇게 단순화된 갈등 구조는 관객 또한 맘놓고 '우리'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복수극에 가담하도록 만든다. 즉, 원작에서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탐구'는 슬쩍 접어둔 채 오락영화의 역할에만 충실한 것이다. 이러한 전향이 장단점을 고루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몬테 크리스토]는 원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머를 가미하여 오락성을 높인다.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만큼 어두컴컴한 지하감옥까지 뚫고, 톡톡 튀어 다니는 농담이라니. 감독은 침침해서 지루해지기 쉬운 지하감옥 장면들에서조차 애교를 떨며 웃음을 이끌어 낸다. 게다가 빠른 편집까지 더해져 이 위험한(?) 부분은 매끄럽게 넘어 간다.

인간의 분노는 어떤 수위로 표출되어야 하는가. 몬테 크리스토의 복수는 과연 정당할까. 책장을 넘기다 드디어 돌아온 내 어린 날의 '독서 감상 고민'을 이 영화로 말미암아 떠올리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다. [몬테 크리스토]는 그저 흥겨운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으므로. 하지만 131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 의자에 짓눌려 아픈 엉덩이 미처 깨닫지 못할 만큼 잘 짜여진 '오락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3 )
ejin4rang
의상이 아름답다   
2008-10-16 16:20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23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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