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외친 수많은 열사의 1919년 3월 첫날을 기념하는 3.1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우리나라와 일본의 복잡한 관계를 직간적접으로 드러낸 영화 중에서도 “당신이 안 보았음직한 작품” 다섯 편을 엄선했다. 모두 2010년 이후 제작, 개봉했다.
▲<60만번의 트라이>(2013)
오사카에 거주하는 럭비부 남학생 15명을 주인공으로 한 사랑스러운 다큐멘터리. 재일조선인 학교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 소속인 그들은 당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체제에서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배제당하고, 반한감정이 거센 오사카 일각의 분위기에 상처받기도 한다. 아이들은 편을 갈라서는 안 된다는 ‘노사이드’(No Side) 정신을 아로새기며 일본의 몇몇 어른보다 훨씬 성숙한 태도로 럭비 경기를 치러 나가고, 제89회 전국고등학교 럭비대회 준결승에 진출한다!
박사유, 박돈사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문정희가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개봉 당시 작품을 관람한 유시민 전 장관, 고 노회찬 의원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임하기도 했다. 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민족 말살 통치가 극심하던 일제강점기 1938년, 격렬한 외부 상황과는 완전히 단절된 경성의 여학생 전용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일본어에 유창한 교장(엄지원)은 비밀을 감춘 듯 보이고, 병약한 ‘주란’(박보영)은 또래 소녀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억압된 시대와 억눌린 소녀의 자아가 폭발하는 순간, 영화는 흡사 히어로물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장르 변용을 보여준다.
영화는 다름 아닌 <독전>(2018)을 흥행시킨 이해영 감독의 전작이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섬세한 감수성과 <독전>을 예비하는 듯한 장르물의 특성을 오묘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개봉 당시 35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어폴로지>(2016)
촬영 당시까지 살아 있던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놀라운 건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필리핀 할머니도 20만 명에 달하는 위안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길원옥, 차오, 아델라 할머니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시간 동안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가족에게도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기로 마음먹는다. 서로의 고통 어린 기억이 맞물리면서 일본군이 저지른 참상에는 국적을 떠난 연대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케 한다.
한국, 중국, 필리핀 할머니들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개인사를 카메라 앞에 터놓도록 이끈 티파니 슝 감독의 강력한 진심이 오롯이 담긴 작품으로, 오직 9,850명의 관객만이 이 작품을 스크린에서 만났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2016)
일본 제국주의를 피해 블라디보스토크(연해주)에 머물던 고려인은 일제강점기이던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쫓겨나고 만다. 그들의 후손인 두 여인 방티마라와 이함덕은 춤과 노래로 동포에게 위로를 전하는 디바로 살아간다. 카자흐스탄 최고의 민족극장 ‘고려극장’에서 활동하고 종종 시베리아 벌판, 소련의 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순회 공연한 두 여인의 삶을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로 러시아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아리랑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고려인 3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 알렉스의 식당: 안산-타슈켄트>를 연출한 김소영 감독의 작품으로 개봉 당시 4,014명의 관객과 만났다.
▲<허스토리>(2017)
1992~1998년의 부산을 배경으로 ‘관부재판’을 다룬 극영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하관’(下關, 시모노세키)과 부산을 오가며 벌인 재판으로 당시 일본 재판부에 보상 판결을 얻어낸 귀중한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90년대 당시 재판을 지원한 부산의 여성 사업가 ‘문정숙’역을 김희애가 맡아 카리스마 있게 소화해냈다. 그의 사업 동료로 출연한 김선영과의 케미스트리도 좋은 편. 위안부 할머니 역으로 깊은 연기 내공의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가 출연한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작품으로 아쉽게도 33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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