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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마디! 근로계약서 말 꺼내니 “XX놈아” <내가 사는 세상>
2019년 2월 22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근로계약서 한 장 제대로 쓰기 어려운 예술하는 청년의 고충을 담아낸 노동영화 <내가 사는 세상>(제작: 전태일 47주기 대구시민노동문화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민예총 대구지회)이 21일(목)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최창환 감독, 배우 곽민규, 김시은이 참석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밤에는 친한 형이 운영하는 클럽 ‘꼬뮨’에서 디제이 생활을 하고 낮에는 퀵 서비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민규’(곽민규)의 일과 사랑을 그린 현실 밀착 드라마다.

‘민규’는 보험료 명목으로 임금의 일부를 떼는 퀵 서비스 업체 사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제안하지만 해고당한다. 친한 형으로 여겼던 클럽 사장은 다른 클럽 공연을 막으면서도 정작 공연계약서를 써달라는 이야기에는 ‘빨갱이’라며 거친 욕을 날린다.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는 ‘시은’(김시은)의 삶도 녹록지 않다. 정당한 대가 없이 수업시간 연장과 연구 작품 그리기를 강요하던 미술학원 원장은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 출신 강사를 고용하겠다며 ‘시은’의 임금을 깎는다.

예술을 한다는 빌미로 자신들의 노동 가치를 손쉽게 무시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민규’와 ‘시은’은 불안정한 현실 앞에 굳건하던 자신들의 관계마저 흔들림을 느낀다.

영화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행사에서 기업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를 지지하는 내용이 쓰인 조끼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은 최창환 감독의 작품이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최창환 감독은 “그동안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면서도 “음악, 영화계에 몸담은 주변 친구들의 문제를 항상 지켜봤다. 예술가가 되려는 청년이 이 세상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연출 취지를 전했다.

‘민규’역의 곽민규는 “예술업계에 본업을 두고 아르바이트하는 내 현실과 닿아 있는 이야기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클럽 사장이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시은’역의 김시은 역시 “이런 이유로 남녀 사이가 멀어질 수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극 중 ‘시은’이 이렇게까지 근로계약서에 집착하는 게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고민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두 배우는 그러면서도 “영화를 통해 느낀 것도, 바뀐 점도 많다”며 “감독님은 친한 사이일수록 (근로계약서 같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좋은 것 아니냐고 하셨는데 맞는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가 사는 세상>은 3월 7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꼬뮨’이라는 이름의 클럽을 운영하는 사장이 공연계약서 쓰자는 말에 ‘빨갱이’로 화답하고, ’나도 영세 사업자’라는 말로 읍소하던 사장이 근로계약서 쓰자는 말에 쌍욕으로 갑질하는 기묘한 현실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 필요한 이야기. 공장 노동자를 주로 다룬 기존 노동영화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은 기획, 연출도 평가할 만하다.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9년 2월 22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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