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쟁의 실상을 잘 파헤친 전쟁영화의 걸작'이자 이른바 '작품성 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도 감독상을 비롯하여 5개부문이나 수상했다. 미국에서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이 영화야말로 전쟁을 제대로 표현했다' 하여 손꼽는 명작으로 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고,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필자의 경우 이 영화가 공개될 당시 군대에 있었는데, 참모총장의 특별 지시로 단체관람을 하러 갔을 정도였다. 말하자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타이타닉] 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광범위하게 인정받은 '걸작'의 위치에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호러의 눈'으로 본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 존재 자체로 한 편의 거대한 '생호러'이다.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쌍수를 들어 욕해도 좋을 정도로 끔찍한 '생호러'인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 대전 당시 참전했던 4형제 가운데 3명이 전사하자, 역시 참전중이었던 막내를 찾아내 귀향시키라는 참모총장의 명령을 받은 8명의 부대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대원들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가면서 천신만고 끝에 라이언을 찾아내지만, 전략상 요충지 방어를 위해 끝까지 남겠다는 라이언의 고집에 결국 모두들 남기로 하고 싸우다가 다 죽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라이언은 살아남고.
군대가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이지 못한 집단들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멍청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호러의 눈'은 왜 라이언을 구하러 가야 하느냐고 짜증을 내는 부대원들의 입장에 동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답시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 구하러 찾아 왔더니만 진지에 남아 싸울 것이라고, 왜 나만 가야 하느냐고 투덜대는 라이언을 보노라면 삼 년전에 먹은 콩나물이 식도를 미친듯이 기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두번째, 이 영화는 솔직하지 못한 영화이다. 관객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라이언 가의 막내를 구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는 장면에서 미국의 육군 참모총장은 링컨 대통령이 전쟁으로 5명의 아들을 모두 잃은 빅스비 부인이라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한다. 하지만 이 내용은 영화를 위해 날조된 가짜이다. 실제로 빅스비 부인의 아들은 5명이 아니라 2명이 죽었으며, 빅스비 부인이라는 사람 자체가 지독한 평화주의자(혹은 부전론자)였기 때문에 아들들이 군에 징집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한다. 영화의 말 같지도 않은 설정을 위해 역사적인 사실까지 제멋대로 바꿔버린 것이다. 물론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약간씩 변형하거나 임의로 바꿀 수는 있으며, 가정도 할 수있는 법이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경우는 그 정도가 좀 심하지 않은가? 가뜩이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제는 아예 뻥까지 쳐가면서 관객들에게 믿고 동참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 www.horrorzo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