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문주은 기자]
<어른이 되면>은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 여성 ‘혜정’과 그녀의 둘째 언니 ‘혜영’이 18년 만에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장애인시설에서 머무는 동안 ‘어른이 되면’이란 한 마디에 하고 싶은 것들을 기약 없이 미뤄야 했던 ‘혜정’은 언니와 생활하며 자신의 의사를 조금씩 표현해나간다. 그런 ‘혜정’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혜영’은 점차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는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로도 잘 알려진 장혜영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심사위원에게 특별언급된 바 있다.
장혜영 감독은 “동생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후, 최소 6개월은 서울에서 함께 거주해야 공적 지원을 신청한 자격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기간을 어차피 감당해야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영화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혜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계속 뭔가를 정해놓고 실행하려는 관성이 내부에 있었다. 그걸 버려가는 과정을 담고자 노력했다. 편집하며 내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어른이 되면’이란 영화 제목에 대해서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삶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어른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정민 촬영감독은 “영화는 혜정의 성장을 그리지 않는다. 혜정이 성장하는 스토리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장애인을 대해온 시각이 한층 성숙해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면’이라는 제목엔 그런 의미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혜영 감독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불행에 대해 공감이 아니라 불평등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있다. 따라서 장애인의 불행만 특수하게 느낀다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일시적 동정과 시혜를 넘어설 수 없다. 헌법에서 인정하는 누구나 인간적으로 누려야하는 권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장애인이 처한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상에 막 나온 청년 혜영과 혜정이 중년과 노년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뜻일 거다. <어른이 되면>은 밝은 영화이지만 혜영이라는 한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이고 그녀가 아프거나 무너지는 순간 언제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윤정민 촬영감독도 “<어른이 되면>은 영화이지만 혜정과 혜영이 살아가는 리얼 이야기”라며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쭉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탰다.
<어른이 되면>은 12월 13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전시하거나 장애를 극복해낸 성공담을 강조하지 않고,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 여성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작품이다. ‘혜정’이 사회에 적응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함께 ‘어른’이 되게 만든다.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문주은 기자)
2018년 12월 6일 목요일 | 글_문주은 기자(jooeun4@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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