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변산>은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무명 래퍼 ‘학수’가 사이가 소원한 아버지(장항선)의 뇌졸중 소식을 듣고 고향인 전라도 변산으로 향하며 시작되는 청춘 드라마다. 병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는 자신에 대한 순수한 추억을 떠올리며 다가오지만, 이렇다 할 성공을 하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감정이 껄끄러운 아버지와 마주한 ‘학수’는 모든 게 불만스럽다.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2003) <왕의 남자>(2005) <라디오 스타>(2006) 모두 주인공은 ‘웃픈’ 상황이었고 <변산>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프고 슬픈 과거가 현재의 웃음으로 재현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치유한다. 결국 자기 슬픔을 아름답게 완성한다. 영화를 떠나서라도 그게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달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 슬픔과 웃음 사이에 재미가 있고 긴장이 있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찍는다”고 말했다.
또 “주인공 ‘학수’는 불편한 과거를 또다시 피할 것인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서 악수할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그 정점에는 아버지와 깊은 사연이 있고 자신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고향 친구 ‘선미’와의 관계가 있다”고 정의했다.
영화 전반을 장식한 테마인 랩에 대해서는 “랩을 좋아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랩을 잘 알 나이는 아니다. 랩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숙제였다. 영화 초반에는 TV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형식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랩 음악을 작곡해준 ‘얀티’라는 젊은 친구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화 중간중간 랩을 넣은 선택이 자칫 잘못하면 영화적으로 상당히 불리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박정민이라는 출중한 배우가 그 장면을 잘 소화해줬다. 감독으로 대단히 만족한다. 관객은 랩 장면을 어떻게 봤는지 묻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주연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동주>(2015) 때 ‘송몽규’ 역으로 박정민을 처음 만나 놀라운 매력을 발견했고 그것을 관객에 증명했다. <변산>에서도 랩, 춤, 사투리, 연기까지 깊은 매력을 보여주며 잘 소화했다. 도대체 그의 매력이 끝이 어딘지 궁금하다. 다음번에 더 ‘뽑아 먹어야’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고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그의 연기 덕분에 ‘겁나’ 웃었다. 웃긴 연기는 전부 자기가 알아서 한 것”이라며 호평했다.
극 중 인물의 대사가 청년 세대를 향한 다소 교훈적인 투처럼 느껴진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세대를 나눠 규정짓고 서로 비난하는 건 고급문화는 아니라고 본다. 굳이 ‘아재’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를 나누는 것도 좀 찌질한 일이다.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어린이가 있고, 어린이보다 어린이스러운 어른이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래퍼 ‘학수’역을 맡은 박정민은 “짧은 기간 안에 프로 기성 래퍼처럼 훌륭하게 랩을 할 순 없었지만 관객이 ‘학수’라는 역에 몰입하고 그의 사연을 납득할 수 있도록 열심히 임했다. ‘학수’의 감정을 넣어 랩을 해야 해서 더 힘들고 고되었지만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나 싶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이 있을 때는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퍼즐 맞추듯 촬영했다. 감정이 잘 올라오지 않는 신에서는 장항선 선생님께 실제로 한 대만 때려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주인공으로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미’역의 김고은은 “시나리오에 나타난 ‘선미’의 성격이나 성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 한 결과 자연스럽게 힘을 뺀 연기를 하게 됐다. 도민이 아니기 때문에 사투리만 가르쳐주는 선생님께 매번 질문하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촬영 전날은 얼굴이 부을 까봐 가급적 잘 먹지 않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살을 찌워야 했기 때문에 촬영 전날 컵라면도 먹었다. 무엇이든 잘 먹었던 행복한 3개월을 지내고 나서 두 달 동안 다시 눈물의 다이어트를 했다”며 웃었다.
<변산>은 7월 4일(수) 개봉한다.
● 한마디
- 고향과 아버지, 누군가에게는 촌스럽거나 종종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단어일 테지만 <변산>은 그런 마음까지도 꽤 무력하게 만드는 힘을 자랑한다. 젊은 층의 향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랩’을 영화 전반에 녹여낸 시도가 첫 눈길을 끌고, 노련하게 구사된 구수한 유머는 마치 검증된 무기처럼 관객의 마음 깊은 곳으로 돌진한다
(오락성 8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8년 6월 20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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