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일본 영화 최초로 한국에서 100% 올로케이션 된 영화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화제가 될 만한 점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터프가이 최민수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록그룹 [토키오]의 보컬인 꽃미남 나가세 토모야가 주연을 맡았으며, 나가사와 마사히코 감독은 한국을 '오겡끼데쓰까' 열풍으로 휩쓸었던 [러브레터]의 프로듀서였다. 제작진 역시 각 나라 최고의 액션 블록 버스터 [화이트 아웃]과 [쉬리]의 스탭들이 뭉쳐서 8억엔을 투자하여 만들었고, 때는 마침 월드컵이라 2002년 한일 국민교류의 해를 맞아 기념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화제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울]은 또한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범죄 차량이 여의도를 질주하는 첫 장면은 [쉬리]에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서울 도심 한복판의 화려한 추격씬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속도로 추격장면 역시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이것이 두 나라 최고의 스탭들이 만들어낸 힘이다. [서울]을 보면서 특히 만족스러운 점은 두 나라의 스탭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어낸 과정이다. 두 형사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설사 영화라 하더라도 저절로 흐믓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두 나라가 협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월드컵을 앞둔 이때 우리 모두의 바램이 아닐까.
스크린 데뷔는 처음이라는 나가세 토모야는 몇몇 어색한 한국말 연기를 제외하면 약간 어리숙하고 순박하지만 정의와 생명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젊은 신참 형사 유타로를 잘 소화해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극 전개 중간중간 특유의 어눌한 표정과 몸짓으로 간간이 웃음을 선사해준다. [서울]이 우리나라 영화가 아니라 일본영화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최민수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그다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아니다. 진지한 분위기를 순간 웃음이 터지게 만들어 버리는 어색한 한국말 연기도 아마 일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니 눈감아 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