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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뮤턴트 에일리언 | 2002년 2월 15일 금요일 | 우진 이메일

빌 플림튼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한다는 것은 참 불편한 경험이다. 그의 작품은 짓궂게도 우리 안에 묵직하게 들어앉은 금기의 영역을 가볍게 들락거리는 재주를 가진 탓에. 빌 플림튼이 그려낸 인물 군상들은 연신 우리의 치맛자락을 들추고, 고이 감추어둔 치부를 들쑤시며 팔락팔락 까분다. 하지만 엉덩이가 들썩대는 거북살스러운 심기이면서도 그들에게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결코 밉지 않은 눈길로 결국 폭삭 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은 쯧쯧 도대체 어인 연유란 말인가.

제목부터 별난 '성인'애니메이션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의 빌 플림튼이 [뮤턴트 에일리언]으로 돌아왔다. 이미 전작의 과감한 표현 수위에 화들짝 데인 적이 있는 바, 마음 꽁꽁 다잡고 여러 겹 단단히 보호막을 두르고, 그렇게 그렇게 무장하고 갔건만. 으흠, 마음 굳게 먹은 쪽은 '자라보고 놀란' 관객뿐만이 아니었음을. 빌 플림튼 또한, 결코 짧지 않은 기간 아드득 바드득 잔뜩 벼르고 있었던 듯, 전작보다 한층 더 망측한 '솥뚜껑'을 선보인다.

[뮤턴트 에일리언]은 빌 플림튼 특유의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잔인하다 못해 잔혹한 폭력(?) 장면으로 치렁치렁 치장한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시도 때도 없이 훌러덩 훌러덩 옷을 벗어 재끼고 요염한 눈길을 흘리며 몸을 배배 꼰다. 괴물들은 사람을 와작와작 씹어 치우거나 몸 복판을 푹푹 찌르기 예사고, 등장인물들은 러닝타임 내내 어디선가 팡팡 터지고 갈기 갈기 찢겨지며 너덜너덜 널부러진다. 오오, 하지만 단지 감독의 '악취미'쯤으로 내팽개치기엔, 이 난잡한 장면들은 뭔가 특별하다. 그것들은 도발적이고 신선하고 깜찍한(?)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편 채 완벽하게 희화화되고 있다. 만화의 특성을 독특하게 살린 과장된 편집은 관객이 훔쳐보고자 했던 음습한 에로스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확대, 축소, 분해하여 사물화된 파편으로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도무지 현실로 인식할 수 없는 성행위 장면에서 축축한 흥분을 느끼기는커녕, 감독의 재기발랄에만 주목할 수 있게 된다. 자유롭게 비틀린 폭력 장면 또한 마찬가지이다. 관객은 스크린 사방에 낭자한 유혈에도 불구하고, 그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 잔혹함에 단지 웃어버릴 수밖에 없다.

삶의 경륜이란 무시할 수 없는 것인지, [뮤턴트 에일리언]에서는 오독오독 정치적인 뼈까지 씹힌다. 전작에서 맛배기로 등장했던 '언론'에 대한 풍자가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다. 게다가 감독은 정치 권력에 대해, 정치와 언론 권력간의 담합에 대해서까지 고루고루 번뜩이는 칼날을 들이댐으로써 한층 깊고 넓어진 사회적 안목을 제시한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뮤턴트 에일리언]에서는 (미국)사회를 지배하는 기성권력 전체를 까발려 갖고 놀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고나 할까. 빌 플림튼은 자신의 과감하고 발칙한 표현 수단을 이용해 그들의 썩은 행태를 고발하는 동시에, 주인공을 통해 나름의 방법으로 처벌을 강구한다. (이 해괴한 애니메이션은 종국에 '판을 모조리 뒤집는다')

경이로운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삐까뻔쩍 등장하는 요즘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뮤턴트 에일리언]은 (시각적으로)너무 인간적이라 좀 초라하기까지 하다. (인간적이라고 해서 humanism 이런 거 절대!!! 아니다. 상대적으로 기계 냄새 안 나는 '만화'란 거지) 하지만 작품이 안고 있는 무한한 창의력의 세계는 (18세 이상^^;)관객의 발길을 사차원으로 이끄는 '솔직한' 유희의 기능에 충실하다. 게다가 왠지 우리네 탈춤에서 은근슬쩍 양반을 조롱하는 말뚝이의 입담과도 견줄법한, 미국 괴짜 아저씨의 뼈있는 농담이란, 후훗.

3 )
ejin4rang
황당하네요   
2008-10-16 16:25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16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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