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생리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생리대의 역사를 짚어 나가고 생리컵 등 대안으로 떠오른 다양한 제품을 실제 착용해본 이들의 인터뷰를 담는다. 여성의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영화는 이후 미국과 국내의 무상 생리대 제공 사례를 들며 생리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으로 확장한다. 애니메이션, 모션캡쳐 등 다양한 시각 효과가 곁들여졌다.
영화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시선상,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 제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 베스트 러프컷 프로젝트를 수상했다. 제8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
김보람 감독은 “<피의 연대기> 오프닝에 출연한 외국인 친구 샬롯에게 할머니가 만든 생리대 주머니를 선물했다. 당연히 생리대를 쓸 줄 알았다. 그런데 네덜란드 여자들은 10대부터 탐폰만 쓴다고 하더라. 왜 문화권에 따라 각자 다른 생리대를 쓸까 궁금했다. 집에 와서 생리에 대해 구글링을 시작하면서, 생리에 대한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는 걸 알았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연출 시작점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생리를 주제로 다큐를 만든다고 할 때, 절대로 극장에서는 보지 않겠다는 반응이 있었다. 생리혈이 금기시되고, 더럽고,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처럼만 여겨지는 분위기는 우리가 생리에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피의 연대기>를 통해 생리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만들어야 했다. 여성의 몸을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표현하기 위해 <심경>(2014) 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김승희 감독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함께했다. 음악에도 굉장히 공을 들였다. 감히 ‘엔터테이닝 다큐’로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영화로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뉴욕시가 학교와 노숙인 보호소 그리고 시 교도소에 생리대와 탐폰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처럼 우리도 비슷하게 실행됐으면 한다. 적어도 생리대가 없어서 곤란한 여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정 피디는 “생리 경력이 10년 이상 되기 때문에 충분히 영화로 얘기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겠다는 목표는 성공한 것 같다. SNS에서 생리가 많이 이야기 되고 있다. 하지만 제작을 시작할 당시만해도 카메라 앞에서 생리 이야기를 할 여성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며 작업 과정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남성 관객에게도 영화를 추천하며 “남성 중에서도 우리 프로젝트에 호감을 표현하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분이 많았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는데 그 중 40%가 남성이었다. 나의 아내, 여자친구, 미래 딸, 혹은 인류 절반이 겪는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보다 큰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남성은 경험해볼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새롭고 흥미롭게 느끼는 것 같더라. 만약 당신이 남성이라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 연대기>는 1월 18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생리를 안 하는 남성이 보기에도 괜찮은 영화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 여성은 물론 남성이 더 봐야 할, 생리에 관한 인식과 생리 도구 변천사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8년 1월 5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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