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반일감정이 팽배한 요즘 이상하게도 양국의 영화적 문화교류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꽃미남이 특히 많은 일본 영화가 이 기회에 좀더 많이 수입되었음 좋겠다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잠깐 해 본다.(^^)
작년에 나온 영화들 중에서 혹시 <고>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 너무너무 귀엽고 멋진 구보스카 요스케가 나오는 재일동포에 관한 이야기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었을 법한 재일 동포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스기하라'라는 유쾌한 주인공을 내세워 아무렇지도 않게 "이건 나의 연애이야기다"라고 말하는 이 영화는 한번 보고 나면 아드레날린이 퐁퐁 솟아나며, 주인공인 구보스카 요스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봐도 딱히 잘생긴 구석이 없는 그 남자를 내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니나 다를까 그 반항적인 눈매가 일단 오금을 저리게 한다(생각만으로도 온몸에 전기가…^^;;;). 게다가 아무렇게나 뻗어나간 그 헤어스타일과 중저음의 또렷한 목소리,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모두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어 버린다.(때문에 남자친구는 그녀석을 무지 싫어한다 -_-)
비디오 리뷰 라는 제목에 걸맞는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쓰다보니 온통 요스케에 관한 찬탄 밖에 없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영화는 어떤지 이야기 해야 하는데... 한마디로 말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 재일동포의 고뇌를 알지는 못해도, 웬만해서는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도 <고>는 절대다수를 만족시키는 공통적인 마력을 가지고 있다. 누가뭐래도 이 영화는 '스기하라의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에... 멋진 주인공 요스케 이상으로 재미난 영화는 일본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가 하면,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로 보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꽤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한국 배우 김민, 명계남도 나오고... 원작 자체도 재일동포가 쓴 이 작품은 아지랑이가 나른한 모습으로 피어오르는 요즘 같으 때에 새로운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영화임에 분명하다. 근데 좀 걱정되는 점은 영화보고나서 다들 지하철에 뛰어들어 '수퍼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를 즐기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