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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두고 영화계 내부 ‘몸살’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후진적인 정권’이 교체됐지만 그 여파로 독립성을 훼손당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는 여전히 제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인 단체 네 곳은 여전히 영화제 보이콧을 풀지 않고 있다. 김동호 이사장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와 더불어, 영화제 정상화 방안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22일(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재수 주최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영화인들과 정부 부처 대표자들의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에서 공론화된 문제를 짚어본다.

◆ 김동호 이사장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남동철 부국제 프로그래머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은 김동호 이사장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지난 정권의 탄압에 맞서) 부국제를 지키기 위한 방패로 김동호, 강수연을 모셔온 것이다. 지난해 영화제를 아예 개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아쉽게나마 영화제가 치러질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의 헌신과 노고 덕”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종국 편집위원은 “김동호 이사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엇갈린 견해를 펼쳤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다이빙벨>(2014) 상영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게 된 당시 상황에서 후임으로 김동호 이사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모시게 된 건 최선이었다”고 동의하면서도, “김동호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부산시의 뜻에 따라 영화인들의 주장과는 다른 독자적 행보를 펼쳤다”고 주장했다.

조종국 편집위원이 내세운 근거는 이렇다.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을 연임할 만큼 당시 권력에 가까웠던 김동호 이사장이 취임 직후인 6월 3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첫 재판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수행했다는 점, 올해 5월 부국제와 부산 시민단체 연대가 서병수 부산시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실을 알고도 서 부산시장과 식사자리를 가진 점 등이다. 한마디로 김동호 이사장이 “박근혜 정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부국제 탄압이라는)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는 것이다.


◆ 논란이 된 ‘원포인트 정관개정’

김동호 이사장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수락할 수 있었던 건 부국제 운영조직의 ‘원포인트 정관개정’ 덕이다. 기존에는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부국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직접 집행위원장을 임명하는 구조여서 권력이 영화제에 개입하기 쉬웠다. 부국제 운영 조직은 부산시와 협의 끝에 정관 제11조(임원선출)를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추천하여 총회에서 선출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고 김동호 이사장을 임명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5월 24일의 일이다. 어떻게든 영화제를 거르지 않고 치르려던 영화제 측의 고육책이었다.

문제는 영화제의 이런 대응을 두고 지금까지도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점이다.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친 당사자(부산시장)의 사과도 받지 못하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고발도 철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국제 운영 조직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침묵하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 조치 이행 ▲정관 전면 개정을 통한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등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한 영화인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원포인트 정관개정’으로 반쪽짜리 영화제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김동호 이사장은 다시 문화융성위원회 이사장으로 가고, 강수연은 배우로 돌아가야 한다”는 발언을 한 맥락이 여기에 있다. 강수연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재임 중이던 2015년 7월 부국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지만, 정치적 탄압을 감행한 서병수 부산시장 고발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그간 영화계 일각의 비판을 샀다.

이미연 감독은 또한 “그런 상황에서 영화제를 여는 것만이 꼭 살 길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이구동성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명예회복” 방법론엔 온도차

김동호 이사장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권력에 탄압받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나같이 그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명예회복의 수준과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온도차가 있었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명예집행위원장’ 자리를 주겠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영화계에서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이 많다. 사석에서는 ‘장난 치는 건가?’하는 의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명예직 하나를 부여하는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부국제 차원에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 <다이빙벨> 상영 강행 건으로 정치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영화제측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라는 뜻이다.

조종국 편집위원도 “자기들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지낸 사람이 검찰에 고발돼 재판을 받고있는데 마치 제3자 일 대하듯이 대응하는 태도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김동호 이사장이 영화제에 직접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상황을 방조하거나 묵인했다고 본다. 영화제 정상화 방안은 그가 물러난 다음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다시 돌아오는 등의 조치 이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김동호, 강수연, 이용관 세 분이 같이 가는 그림을 그리는 게 원칙이다. 누구 한쪽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 영화인들의 충분한 논의 필요해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문제가 되는 영화계 현안에 한목소리를 내오던 기존 영화계의 분위기와 배치되는 현재 상황이 정서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인들끼리 뒤에서 수군대던 이야기를 오늘부로 공론화했으니,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다들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종국 편집위원도 “토론하고, 합의하고, 절충해 매듭짓고 영화제를 정상화할 수 있는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은 “영화제를 시민과 영화인의 품으로 돌려줄 의지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앞으로 네 차례의 토론회가 더 있으니 부국제 정상화와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한 아고라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마디
문제는 외부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서 시작됐는데,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네요. 하루속히 상황이 매듭지어져 올해 부국제는 정상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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