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만났다구? 도대체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린치는 그 이름도 유명한 컬트 감독(그것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해하기도 힘들어 하는)이고, 월트 디즈니는 극도의 가족주의를 주장하는 영화사인데, 정말 언밸런스한 이름이 나란히 들어가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 근데 참 이상하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데 보고 싶더란 말이야. 그래서 봤지. 어땠냐구? 한마디로 깜짝 놀라고 말았단거 아니겠어? 영화가 너무 서정적이고 예쁜거야 글쎄... 도데체가 린치가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연륜에 대한 은은함이 뭍어나는 거야.
노장이 되어버린 린치가 새로 갱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미치니까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어. 아! 영화에 노인으로 출연하는 리챠드 팬스워드 있지? 그 사람이 글쎄 영화 촬영 끝내고 자살을 했다는 거야... 말기 암 환자였는데,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그랬다나? 근데 그러한 삶의 고뇌가 영화속에 그대로 베어 나왔나봐. 연기가 단지 연기가 아니었던 거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영화가 실화였다는 거야. 신기하지?
뭐랄까... 린치 감독의 차분한 연출력, 삶의 깊이가 전해져 오는 영상 그리고 그 안에 풀어지는 가족애가 굉장한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별처럼 빛나는 보석 같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게 참 좋았어. 요즘 처럼 때리고 부수고 요란한 영화들이 가득한 가운데 이런영화 한편 빌려다가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용히 서로를 보듬는다면 2000원이란 대여료가 아깝지는 않을 것 같아. 안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