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영화인 행동의 공동 대표직을 맡은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가 밝혀지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피해 사례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리스트는 물질적으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만 당사자는 아니다. 이번 사태는 정권이 영화인의 자존심을 깡그리 뭉갠 행동이다. 단순히 피해자 개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영화인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발언하고 함께 공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세월호 국면부터 사태가 본격화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천안함 프로젝트>(2013)를 상영한 대구동성아트홀이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일이 있다”며 세월호 사건 이전부터 영화와 영화인, 극장까지 포괄한 블랙리스트가 암묵적으로 존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은 “영화 개봉 당시 다양성 영화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곧 상영관이 늘어날 거라는 즐거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바로 사무실에서 연락이 와왔다. 상영관에서 영화를 전부 내린다고 하더라. 화가 나기보다는 이해가 안 됐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결국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며 <천안함 프로젝트>가 고의로 상영 배제된 정황에 대한 수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임을 시사했다.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를 연출한 김선 감독 역시 “<자가당착>은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09년경 ‘정치적인 불손함’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실제로 ‘국가를 죽이려는 살인 무기 같은 영화’, ‘한 사람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해치는 극악무도한 영화’라는 문장으로 표현됐다. 두 번째로 심의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며 세월호 국면 이전부터 영화계에 정치 세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영화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받은 작품은 지정된 상영관에서만 상영, 홍보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우리나라에는 관련 상영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상영금지 처분에 다름없는 효과를 낸다.
이번 선언에는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 극장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독립, 예술 영화계 인사들도 참석해 발언했으며 <군함도>를 촬영중인 류승완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도 함께했다. 이외에도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인디스페이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의 단체가 동참했다.
● 한마디
1052인에 포함되지 않은 다수의 영화인들도 뜻을 같이 할 듯
2017년 2월 8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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