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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도, 여자도 아닌 ‘나’ (오락성 6 작품성 8)
소녀와 여자 | 2016년 6월 8일 수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이지혜 기자]
감독: 김효정
배우: 엘리자 구티, 아니타 쾀보카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95 분
개봉: 6월 16일

시놉시스

1분. 방금 약 4명의 소녀의 성기가 잘렸다. 2분. 8명의 소녀의 성기가 묶였다. 아프리카 여성들의 이야기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 등 약 30여 개국에서 할례, 이른바 여성 성기 절제(이하, ‘FGM’)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소녀들은 FGM을 말한다.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통을 따라야 해요”.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순결을 입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FGM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들은 성기를 자르고 싶지도, 결혼을 하고 싶지도 않다. FGM을 피하려면 난민캠프로 가야 하는데 난민캠프에서는 가족을 만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도 없다.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FGM을 따르겠다는 의미니까. 그렇게 어떤 소녀들은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채 소녀로 남아 있다.

간단평

남자들은 사냥을 나갔다. 한 번 사냥을 나가면 몇 달씩 돌아오지 못했다. 그동안 여자들은 집에서 아이와 가축, 노인을 돌봤다. 남자의 부재는 생계의 파탄을, 여자의 부재는 가정의 파탄을 의미했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도망칠 수 없게 했다. 중국에서는 전족을 해 발을 묶고, 유럽에서는 코르셋으로 허리를 좼지만, 아프리카 일대에서는 여자들이 사랑에 빠져 가정을 버릴 수 없도록 성적 쾌감의 근원인 클리토리스를 잘랐다. 그리고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그녀의 성기를 꿰맸다. 오직 사냥에서 돌아온 남편만이 그녀의 성기를 맨 실밥을 칼로 잘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른바 ‘할례’다.

여성성기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 줄여서 FGM이라 불리는 할례는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성인식으로 기능한다. 때문에 FGM을 하지 않을 시 아이로도, 성인으로도 대접받지 못한 채 무리를 겉돌게 된다. 아프리카 변방의 사람들은 강력한 지역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기에 이러한 소외는 사회적 죽음 선고나 다름없다. 비록 정부가 FGM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FGM이 식민지 잔재 청산의 문화적 상징성으로까지 비화된 상황에서 FGM 근절은 쉽지 않다. <소녀와 여자>는 한국에는 낯선 악습인 FGM을 이처럼 문화적, 사회적, 인권적 측면에서 다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이점은 <소녀와 여자>가 성찰적인 어조를 견지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결코 흥분하지 않는다. 할례를 선악구도의 관점에서 악으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할례 장면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고통받게 하지도 않는다.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할례가 부족사회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여러 사람을 인터뷰함으로써 담담하게 전한다. “할례를 하든 하지 않든, 결국 나는 나예요”라 말하는 김효정 감독. 그녀의 첫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는 사회적 강요에 따라 신체를 관리해야 하는 현 한국에도 묵직한 교훈을 던진다.

2016년 6월 8일 수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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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봤다면.
-정조 관념이 결국 타인의 신체 착취로 이어진다는 걸 안다면.
-인권 다큐멘터리 좋아한다면.
-다큐멘터리 싫어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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