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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스카이] 딱 10배 재미있게 보는 법
바닐라 스카이 | 2001년 12월 20일 목요일 | 권혁 이메일

알아야 면장을 한다.

당연하다. 뭘 알아야 문화생활도 한다. 쉽게 말해, 노는 것도 아는 만큼 하는 거다. 알아야 잘 논다. 현대의 놀이는 나날이 기능이 강조되고, 계급적으로 분화하는 과정에 있지 않나. 우리도 한번, 잘 놀아보세.

바닐라스카이를 더 재미있게 즐기도록 해주는 5가지가 있다. 이 5가지 요소들은 영화 보는 '즐거움'을 각각 최소한 2배씩은 더해줄 거다. 장담한다. 기술순서는 가나다순으로 한다. (일부 독자들이여, 제발 사소한 걸로 걸고넘어지지 좀 마시라. 필자는 유희정신과 반 지성주의로, 쓴다.) 유치하게 '재미있게 보는 법'이 웬말이냐고? 어차피 영화는 예술이라기보다는 산업이고, 사유/반성하는 형식이라기보다는 소비/탕진하는 오락이다. 슬프지만 (과연 누가 정말 슬퍼하기는 하는가, 모르겠다.) 진실인 셈이다. 헐리웃이, 자본이 벌써 영화를 그렇게 정의했고, 결론을 내지 않았던가...

1. 감독

[클럽 싱글즈]와 [제리 맥과이어]도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진가는 [올모스트 훼이모스]에 있다. 국내에선 극장개봉을 하지 못하고, 최근 비디오로만 출시된 [올모스트 훼이모스]는 최근작 중 필자의 추천 1순위 작품이다. 필자가 보기엔, 록음악을 소재로 한 지금까지의 모든 극영화 중 단연 최고였다. (핑크플로이드의 "THE WALL"과 U2의 "RATTLE & HUM"등 넘볼 수 없는 걸작들이 철옹성을 이루고있는 락 다큐멘터리는 논외로 하자. 이 작품들에 대한 필자의 글은 인터넷음악방송 "블루노이즈"의 웹진 "블루진" 11월호에서 확인하시라. 필자는 "블루진"에도 못난 글을 기고 중이다) [올모스트 훼이모스]의 그 진솔한 감동과 살아있는 재미는 올리버스톤의 [도어즈]를 찜 쪄먹는 수준이다.

이건 사족인데, [올모스트 훼이모스]의 록밴드는 아마 레드제플린을 모델이 아닌가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영화 속에 몇몇 강력한 암시가 있다. "Rain song"이 쓰인 장면 등...

2. 소문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의 농밀한 정사장면을 기대하며 설레는 가슴으로 극장을 찾은 게 (엊그제 같은) 작년인데, 올해는 페네로페 크루즈의 젖꼭지를 보게되는구나!" 이런 흐뭇한 감격에 눈시울까지 뜨거워진(?) 사람이 분명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그래? 페네로페의 젖꼭지가 나온단 말이지..."라며 입맛 다실(??) 독자동지들의 모습, 눈에 선하다. 90년대 후반 미국연예산업이 그 상품성을 발견해 밀기 시작했고, 벌써 우리에게도 섹스심벌로 자리잡은 (특히 스페인과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스타들. 이제 그들의 이미지는, 단순한 섹스심벌을 넘어서기 위한 확대재생산이 요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해서 귀엽고 참하지만, 어딘지 모르는 섹시함을 풍기는 페네로페 크루즈가 그 선봉에 나선 거다. 헐리웃의 왕자 톰 크루즈의 든든한 파워를 등에 업고.

니콜 키드만이 전형적인 바비 인형의 차가운 이미지를 내뿜는 미모라면, 페네로페의 그것은 대조적으로 인간적인 따스함과 친밀함을 풍긴다. 이런 그녀의 과감한 노출 소식은 한국남성들에게도 미묘한 성적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두 크루즈가 연인사이라는 사실은, (영화와 현실을 헷갈리고 싶어하는) 순수한 우리네 여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거다.

3. 스타

그야말로 스타파워다. 커트 러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여신 카메론 디아즈가 고작 조연(그러나 다행히도 화끈한 역이다)이질 않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까메오로 나오질 않나...

역시 스타시스템의 힘은 건재하다. 우리의 영웅 톰 크루즈도 건재하고, 오픈 유어 아이즈의 역할과 연기를 재탕하는 페네로페 크루즈 역시, 화제의 중심에서도 흔들림 없이, 건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론 디아즈가 건재하다! "베리 베드 씽"에서 선보였던 특유의 악마적인 모습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건재하다. 백치의 코믹함과 자유분방한 사이코를 뒤섞은 그녀의 이미지는, 언제나 사랑스럽다. 단, 커트 러셀이 그레고리 팩의 재림이라는 라스트의 농담은 정말 썰렁했다.

4. 음악

요즘 영화들 선곡은 정말 그럴싸하게 해낸다. 영화의 오프닝과 동시에 귀를 휘감는 노래는 영국록밴드 라디오헤드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화려하고 음울한 테크노의 질감과 풍부한 신디사이저가 어우러진 몽롱하고 아찔한 일렁임, 그리고 그 사이로 유연하게 미끄러지는 톰 요크의 서정미 넘치는 목소리... "오늘 아침 난 레몬을 빨며 일어났다"라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가사로 이 시작하는 이 노래는, 제목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이여,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후렴구를 연신 읊조린다. 마치 이 세계에 주술이라도 거는 듯하다. 이 노래야말로 한마디로 영화의 주제를 정리하는 상징적인 곡이다. 이 곡은 작년에 발표한 라디오헤드의 "Kid A" 앨범 첫 번째 트랙. OK Computer 이후 3년간의 공백을 깨고 선보인 라디오헤드의 네 번째 정규앨범 "Kid A"는 그들의 기존 사운드에서 탈피한 과감한 변신으로 적잖은 논란과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물론 필자는 이 앨범을 매우 좋아한다. 몽환적 테크노 사운드의 향연도 좋지만, 무엇보다 지칠줄 모르는 자기부정을 통한 과감한 음악적 진보에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라디오헤드의 비판적 사회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이 앨범의 타이틀인 'Kid A'는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승인을 받은 '최초의 인간복제 프로젝트'를 이르는 말이다. 영화의 주제와도 일면 닿아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표제이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 할말이 좀 많다.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 같은데..." 싶은 모던 록 거장들의 사운드가 영화 내내 귓가를 스친다. 영화의 주요장면들에 울려 퍼지는 곡은, 아마 이 곡이 사운드트랙 타이틀곡인 것 같은데, 그 사운드로 볼 때 미국 칼리지 록의 대부 REM 형님들의 것임에 틀림이 없다. 조앤 오스본의 "One of us"야 (글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Just two of us"와 함께) 오스틴 파워에서도 패러디하고, 기타 여러 영화에서 유용하게 써먹었던 닳고닳은 곡이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최근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에 실린 비틀즈풍의 아름다운 곡 "WILD HONEY"를 발견하는 건 뜻밖의 기쁨이다. 더구나 이 곡이 쓰인 방식은 참으로 오묘하니, 직접 확인해보시길. 괜한 천기누설로 이런 재미를 뺏고 싶지는 않다. 아직 사운드트랙을 들어보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영화를 보며 바로바로 귀로 확인되는 뮤지션들의 참여만도 그야말로 쟁쟁하다. 그 외에도 "제프 버클리"의 곡과, 라스트를 장식하는 비치보이스의 "Good Vibration"까지... "간만에 뮤직비디오 감상실(지금은 거의 사라졌다)에서 죽치다 나온 기분이었다"는 필자 지인의 감상도 있었다.

영화 초반, 우리의 주인공 데이빗 에임스(톰 크루즈 분)는 우리가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의 최정상에서 인생을 즐긴다. 고급 승용차와 늘씬한 미녀들 그리고 연일 이어지는 파티... 잘 나가는 우리의 주인공 에임스마저 친구 앞에서 거들먹거리고 잘난 척하는 데에 라디오헤드를 써먹는다. (라디오헤드는 이런 현실에 냉소할 것이나) 이런 판국에 우리가 어찌 음악을 모르고 영화를 논하리.

5. 재탕

한마디로 이거다. 헐리웃 리메이크에 무엇을 바라랴.

세자르를 휩쓴 [마틴 기어의 귀향] 은 필자가 무척 감명깊게 본 영화였다.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빠르듀"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전개는 참으로 일품였다. 그러나 [서머스비](리처드 기어 주연)는 정말 봐줄 수가 없더라. 그건 리메이크가 아니라 원작훼손이었던 것이다. 헐리웃은 외국의 좋은 원작 가져다가 망쳐놓는 데에는 선수 급이다. 필자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작가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싱거운 멜로드라마로 만든 [시티 오브 엔젤]이나, 고다르의 걸작 [네 멋대로 해라]를 싸구려 에로물로 변조한 [브레드레스](공교롭게도 또 리처드 기어 주연)는 또 어떤가. [네프므와]와 [나인먼쓰] 등... 이런 사례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 한 [바닐라스카이]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외려 전례를 거울삼은 듯, 지나칠 정도로 안전하게 간다. 원작을 거의 반사적으로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모사하고 따라간다. 섣부른 변주나 새로운 시도 따위는 없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그러나 빔 벤더스의 어머니가 빔 벤더스가 될 수는 없고, 고다르이의 어머니가 고다르는 아니듯이, 모방 자체가 창조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원고료 몇 푼만 아니면. 흐흐... 미안하다.) 카메론 크로우의 [바닐라스카이]나 구스 반산트의 [사이코]는 마치, 어릴 적 했던 "발자국 밟기" 놀이 같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누구라도 이런 경험이 있을 터. 눈 내리는 겨울밤을 지난 아침은 온통 딴 세상이다. 눈부신 별천지의 하얀 눈길에 홀로 뻗어있는 누군가의 발자국. 그 홀연함은 풍경의 일부로써 아름다우며, 그 누군가의 부지런함은 당신을 숙연하게 한다. 어린시절의 필자는 그런 아침이면 그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레 발을 옮기곤 했다. 섣부른 족적으로 그 풍경을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은 적어도, 순수하다. 그 누구도 그런 마음을 함부로 욕할 수는 없다. 감독의 저력을 믿는 필자는, 이 영화가 그런 마음의 발로였기를 바란다.

5 )
ejin4rang
둘다 그럭저럭하다   
2008-10-16 16:31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09
pyrope7557
예전에 티비에서 원작을 넘 넘 잼나게 받었거든용.....
그래성 기대동 만땅했는뎅....
나쁘지는 않았어용...   
2007-07-19 14:57
kangwondo77
[바닐라 스카이] 딱 10배 재미있게 보는 법   
2007-04-27 15:41
ldk209
원작과... 리메이크... 둘 다.. 그럭저럭...   
2007-01-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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