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이미 이 글의 제목을 만들어 놓았었다. "양심은 있수?" 쏟아지는 한국 영화의 홍수 속에 "김민종, 신은경, 임원희"가 뭉쳤다면 그 결과가 가히 참담하리라는 것이 내 예상이었다. 그런 내 예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것이 법이다]는 왠지 처음부터 코미디 영화일 것만 같았다. 김민종, 신은경까지는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임원희에 와서는 망가지고야 만다. 임원희!! 그는 누구인가? [다찌마와 리]의 유치하고 멋있는 원더보이. 그의 얼굴을 잠시 감상해본다. 넙데데한 얼굴, 작고 째진 눈, 낮은 코, 어딘지 모르게 기름진 피부, 천연의 곱슬머리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롭다. 그의 원색의 셔츠, 엉덩이에 밀착된 바둑판 바지는 영락없이 스타일리스트의 그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가 코믹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속살을 뒤집은 영화는 조금 다르다. 애를 써서 영화를 정의해 보자면 "미스터리 액션 캅 무비"정도? 아무래도 경찰들이 나와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투캅스]가 떠오른다. 미스터리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것하며, 파트너를 이룬 경찰의 모습하며, 간간이 가미되는 코믹은 영화가 투캅스의 공식을 따르고 있음이다. 하지만 영화는 무엇보다도 액션과 추리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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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지만 그래도 영화는 팽팽하다. 경찰 내부의 공범이 누군지, 일심회란 단체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은 관객을 끝까지 영화에 묶어 놓는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도대체 "일심회"의 존재가 무엇이냐며 화를 내는 이도 있다. 아니 직접 말 안 한다고 모르나? 대충 짐작한 그 생각이 맞다니까... 또 하나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영상과의 만남이다. 오토바이가 하늘을 나는 엽기 쇼를 보여주는가 하면 술 취한 경찰 일당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천진난만하게 거리를 뛰어 댕기기도 한다. 어쩐지 여성스런 강형사(신은경)과 어쩐지 웃기는 봉형사(임원희)의 러브 어페어도 재미 중의 하나이다.
요즘 충무로 에서는 함부로 흥행을 점치지 않는다. 평론가들에게 무시당했던 [조폭마누라]가 홈런을 날리는가 하면 평론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고양이를 부탁해]는 파리를 날리는 마당이니 누가 입조심을 마다하겠는가? 사실 그들과 다른 이유이지만 요즘의 나 역시 입조심을 하고 있다. 말 한번 잘못 했다가는 수준 낮은 관객으로 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요금불만]이란 코너를 보았다. 한 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영화비가 아까운 영화를 얘기하는데 일면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괜찮다고 찍었던 영화가 태반이 아닌가! 특히 [쎄이 예스]는 무척이나 감명 깊게 보았는데 TV에서는 까대도 보통 까대는게 아니다. 최민식 연기만 죽이고 감독은 좀 모자란다고 써댔던 [파이란]은 청룡상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니 도대체 내가 어떻게 영화를 봐야하는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혹시 내가 아주 아주 재밌게 본 이 영화도 내 발등을 찍어내지 않을까? 설마, 한국 영화 관객동원 50%를 달성이 목표라고 하니 그렇진 않을테지...
미스터리 액션 캅 무비. [이것이 법이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한국영화 홈런이 되지 않을까? 나의 혜안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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