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백재호
배우: 김상석, 이화, 백재호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5분
개봉: 12월 10일
시놉시스
지구 종말론으로 떠들썩한 연말, 상석(김상석)은 죽기 전에 뭐라도 남겨보자는 일념으로 친구와 함께 영화를 찍기로 한다.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헛꿈에 젖은 것도 잠시,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를 감지한 여배우와 촬영 감독은 돌연 잠적해버린다. 그날 이후, 상석은 유서인지 시나리오인지 모를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고,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는 신비로운 여인 이화(이화)와 함께 마지막 날을 함께 하기로 하는데…
간단평
조단역 배우 출신 감독 백재호의 연출 데뷔작 <그들이 죽었다>는 주인공 상석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좌절하고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자전적인 성향이 강한 <그들이 죽었다>는 백재호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듯한 여러가지 갈등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독립영화 현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이라면, 혹은 절망 끝에서 희망을 발견하려 애쓴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먹먹해지는 순간들을 빚어낸다. 특히 주인공 상석이 유서를 남기고 흐느끼는 순간은 무기력한 청춘의 마음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강타한다. 영화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선 청춘들의 이야기답게,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답게, 현실과 판타지의 영역을 아찔하게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이는 여타 영화라면 만족스럽지 않았을 법한 영화의 대범한 마무리 방식을 이내 수긍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배우들의 능수능란한 연기나 영상의 때깔이 영화 감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면 <그들이 죽었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거칠고 어설퍼도 진심이 묻어나는 인물들의 치열한 고민을,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얻은 삶에 대한 긍정을 공유할 마음이 있다면 <그들이 죽었다>는 웬만한 상업영화 이상의 값어치를 할 것이다.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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